다저스가 우승하는 순간, 커쇼만 몰랐다?

2025-11-03

클레이튼 커쇼(37·LA 다저스)가 은퇴 시즌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장식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뛴 선수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마무리다. 그런데 월드시리즈 7차전이 진행된 캐나다 토론토 온타리오주 로저스 센터에 모인 수 만 명 중에서 커쇼가 팀의 우승 소식을 가장 늦게 알았을지도 모른다.

다저스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2일 7차전에서 팀이 5-4로 리드하던 연장 11회말 1사 주자 1·3루에서 알레한드로 커크를 병살로 처리하며 1점 차 승리를 극적으로 지켰다. 다저스의 2연패가 확정된 순간이다. 관중과 다저스 선수단, 코칭스태프는 환호하고 서로 부둥켜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당시 생중계를 보면 다저스가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고 약 30초가 흐른 뒤, 커쇼가 멀리서 양팔을 들고 기뻐하며 마운드 쪽으로 달려가는 장면이 나온다. 동료들과 소리 지르고 포옹한 뒤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는 장면도 포착됐다.

커쇼는 경기를 마치고 현지 인터뷰에서 “불펜장에 있었다. 솔직히 경기가 끝난 줄 모르고 있었다. 아웃카운트를 착각해 동점이 된 줄 알았다”며 웃었다. 팀이 5-4로 이기던 중 아웃카운트가 없는 상황에서 병살타가 나와 3루 주자의 득점으로 5-5가 됐고 이 때문에 토론토 관중이 크게 환호한 것으로 착각했다는 뜻이다. 커쇼는 잠시 뒤 불펜 코치가 ‘우리가 방금 우승했다’고 알려주자 “정말이야?”라고 묻고는 불펜장을 뛰쳐나갔다. 마운드까지 먼 거리를 달려 나가 금방 동료들에 파묻혔다.

불펜이 불안정한 다저스는 7차전에 선발 타일러 글래스나우도 계투로 올렸다. 심지어 전날 6차전에 선발로 나서 96구를 뿌린 야마모토가 9회말 주자 1사 1·2루 상황에서 등판해 11회말까지 무실점 역투를 하고 있었다. 은퇴를 코앞에 둔 커쇼도 등판 준비를 해야 했다. 심지어 동점이 된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으니 현역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긴장감이 높아졌던 차에 생각지도 못한 희소식을 들은 것이다. 앞서 커쇼는 3차전에서 5-5로 팽팽하던 연장 12회 2사 만루 상황에 등판해 무실점으로 이닝을 끝냈다.

커쇼는 “이제 내 마지막 경기인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다는 얘기를 평생 하고 다닐 수 있게 됐다. 대본도 이렇게는 못 쓸 것이다. 완벽한 마무리였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커쇼는 앤드루 프리드먼 다저스 야구 운영 부문 사장으로부터 구단 내 일자리를 제안받았지만 거절했다. 커쇼는 “내게 가장 어울리는 자리는 곧 태어날 아이까지 다섯 명의 자녀에게 아빠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정식 직업을 가질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다저스 선수단은 4일 LA 도심에서 우승 퍼레이드를 하고 홈구장인 다저스타디움에서 팬들과 이벤트를 가진다. 올 시즌 커쇼가 홈 관중을 만나는 마지막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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