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3장의 비닐봉지 대신…한 장의 친환경 ‘밀랍랩’으로

2025-06-29

비닐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가격이 저렴하고 사용도 편리한 비닐봉지는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엔 환경오염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2008년 스페인의 국제 환경단체 ‘가이아’는 7월3일을 ‘세계 일회용 비닐봉지 없는 날’로 지정했고, 전세계 환경단체는 매년 이를 기념해 다양한 행사를 연다. 세계 일회용 비닐봉지 없는 날을 앞두고 일상에서 비닐이나 랩을 대체할 수 있는 ‘밀랍랩’을 만들어봤다.

비닐 대신 밀랍랩 써볼까=533장. 그린피스가 추산한 2020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1년 동안 사용한 비닐봉지 개수다. 한번 쓰고 버리는 비닐봉지, 하지만 비닐이 땅속에서 완전히 분해되기까진 최대 1000년이 걸린다. 폐비닐은 잘게 쪼개져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한 뒤 강과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이렇게 퍼진 미세플라스틱은 해양 생물의 몸속에 쌓이거나 식수를 통해 인간의 몸으로 돌아온다. 땅에 묻지 않고 소각하면 다이옥신·포름알데히드 같은 유독물질이 다량으로 대기에 배출된다. 이래도 저래도 골칫거리다.

비닐 사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고안된 것이 바로 ‘밀랍랩’이다. 밀랍은 벌집을 이루고 있는 물질로, 상온에서 단단히 굳어져 예전부터 방수제로 쓰였다. 밀랍랩은 녹인 밀랍을 천에 바른 뒤 굳혀 만든다. 기성 제품을 구입해도 되지만 직접 만들어 쓰면 의미도 재미도 남다르다. 밀랍·천·프라이팬과 화구만 있으면 된다. 여러 온라인 몰에선 밀랍과 광목천을 함께 묶은 ‘밀랍랩 만들기 키트’를 1만원 이하로 판매한다. 꽃이 그려진 손수건도 따로 준비해본다. 예쁜 무늬가 있는 천으로 만들면 기분까지 산뜻해진다. 단, 새 천에서는 냄새가 날 수 있으니 세탁한 뒤 사용한다.

쉽고 간단한 밀랍랩 만들기=본격적인 만들기에 앞서 앞치마를 착용한다. 녹은 밀랍이 옷에 튈 수 있기 때문이다. 만드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프라이팬에 중불로 밀랍을 녹인 다음 천에 고루 묻힌다. 그런 다음 천 끄트머리를 잡아 든다. 뜨거우니 젓가락·집게를 사용하거나 장갑을 끼도록 한다. 밀랍이 어느 정도 굳었다 싶으면 테이블 위에 올려 말린다. 프라이팬에 남아 있는 밀랍은 굳기 전에 키친타월로 닦아낸다. 가스레인지 근처나 바닥에 떨어진 밀랍도 마찬가지다.

밀랍랩이 완성됐다. 화사한 꽃무늬 손수건이 누렇게 물든 게 아쉽기는 해도 어쩔 수 없다. 대신 꿀 향기를 얻었다. 만졌을 땐 살짝 끈적거린다. 그릇을 감싸본다. 비닐랩처럼 그릇에 ‘착’ 달라붙진 않지만 손으로 꾹꾹 누르면 붙는다. 완벽한 밀폐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음식에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게 하는 데 손색없다.

불편하지만 가치 있는 선택=밀랍랩으로 과일이나 채소를 넣는 다회용 주머니도 만들 수 있다. 주머니 모양으로 된 천에 밀랍을 묻히거나 밀랍랩을 접어서 주머니로 활용하면 된다. 사각 밀랍랩을 반으로 접은 뒤 양옆을 2㎝ 정도로 잡고 안쪽으로 두번 접는다. 뚫린 윗부분도 2㎝ 정도 아래로 접어 접힌 옆 부분을 고정한다.

냉장고 안은 비닐과 랩 대신 밀랍랩으로 감싼 그릇이 새로이 자리를 차지했다. 환경에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해진다. 밀랍랩의 끈적거림과 강한 꿀향은 며칠 지나니 한결 옅어졌다. 밀랍랩에 음식물이 묻었을 땐 주방세제와 찬물로 씻은 뒤 말린다. 접착력이 약해졌다면 다시 밀랍을 녹여 묻히면 된다. 사실 완벽한 밀폐력이 필요할 땐 밀랍랩이 대체재가 되긴 어렵다. 또 비닐처럼 한번 쓰고 버리는 대신 세척 후 말려 다시 사용하는 과정도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지구를, 그리고 우리 자신을 위해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건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황지원 기자 support@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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