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 철령(鐵嶺) 높은 봉(峰)에

2025-02-05

철령(鐵嶺) 높은 봉(峰)에

이항복(1556∼1618)

철령 높은 봉에 쉬어 넘는 저 구름아

고신(孤臣) 원루(冤淚)를 비 삼아 띄어다가

임 계신 구중심처(九重深處)에 뿌려 본들 어떠리

-병와가곡집

어찌하여 이리 급한가

오성 대감으로 유명한 백사(白沙) 이항복(李恒福)이 광해군의 인목대비 폐모에 반대하다가 함경도로 귀양을 가며 읊은 시조다. 비록 서모지만 아들이 어머니를 폐하겠다 하니 인륜에 어긋난 일이었다. 이 노래가 당대에 널리 불려 훗날 광해군이 궁인으로부터 전해 듣고 눈물을 흘리며 슬퍼했다고 한다.

헌정사상 처음의 일들을 자주 보며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조식의 칠보시를 생각한다. 인기 높은 시인 아우를 시기하고 역모를 의심한 형 조비의 강요로 일곱 걸음 만에 지었다는 시다.

자두연두기(煮豆燃豆萁, 콩대를 태워 콩을 삶으니)

두재부중읍(豆在釜中泣, 콩이 가마솥 안에서 우는구나)

본시동근생(本是同根生, 본래 한 뿌리에서 자랐건만)

상전하태급(相煎何太急, 어찌하여 이리 급하게 볶아대는가)

이 시를 들은 조비 또한 눈물을 흘리며 아우를 풀어주었다. 정말 우리는 어찌하여 이리 급한가? 후회할 때는 이미 늦은 것인데…….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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