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1…도킹! 위성 연료 ‘가득’ 부탁해요

2025-07-20

정지 궤도에서 만나 연료 주입

위성 수명 늘리는 획기적 기술

미국은 아직 간접 방식 머물러

미·중 우주 패권 경쟁 변수로

중국이 지구 궤도에서 연료가 바닥난 자국 위성을 대상으로 한 ‘우주 급유’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우주에 떠 있는 상용 위성에 연료를 주입한 것인데, 미국보다 앞선 세계 첫 사례다. 현재 인류가 쓰는 모든 위성은 지상 발사 때 실었던 연료를 소진하면 수명이 끝난다. 우주 급유 기술은 위성 수명을 늘릴 획기적 방안이다. 특히 이 기술은 군사 위성의 활동 범위와 임무 기간을 크게 확대할 수 있어 미·중 간 우주 패권 경쟁에서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우주물체 추적 기업인 콤스포크(COMSPOC)는 이달 중순 자사 SNS를 통해 “중국 인공위성 ‘스젠 21’과 ‘스젠 25’가 서로 가까이 접근하는 모습이 감지됐다”며 “(고도 약 3만6000㎞의) 정지궤도에서 두 위성 간에 연료를 주고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모습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해당 장면은 콤스포크의 광학 센서를 통해 목격됐다.

2021년 발사된 스젠 21은 우주 쓰레기를 잡아 먼 우주 공간으로 날려 보내는 ‘청소차 위성’이다. 4년간 활동하면서 연료가 거의 바닥났다.

올해 발사된 스젠 25는 다른 위성에 연료를 공급하기 위한 ‘유조차 위성’이다. 두 위성이 정지궤도에서 만나 동체를 완전히 밀착한 뒤 스젠 25가 스젠 21에 연료를 주입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스젠 25가 공급한 연료는 ‘하이드라진’일 가능성이 크다.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위성 연료 목적의 액체 화학물질이다.

중국 우주 당국은 콤스포크 관측 결과와 관련한 공식 발표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용 위성을 대상으로 우주 급유에 성공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미국을 제친 세계 첫 기록이다.

미국의 경우 2007년 미국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유사한 시도를 해 성공한 적 있다.

하지만 중국처럼 상용 위성이 아닌 실험용 위성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상용 위성에 대한 급유는 미국 방위산업체인 노스럽 그러먼이 2020년과 2021년에 해냈다. 하지만 당시 우주 급유는 중국처럼 연료통 뚜껑을 열어 액체 연료를 주입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자동차 주유구에 휘발유를 넣는 모습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는 얘기다.

노스럽 그러먼의 방식은 특이했다. 연료가 완전히 바닥난 위성에 연료를 가득 채운 위성을 접근시킨 뒤 찰싹 달라붙게 했다. 그 뒤 연료를 가득 채운 위성이 자신의 동체에 달린 엔진을 가동해 대체 추진기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다. 굳이 이름을 붙이면 ‘간접 급유’다.

급유의 본질에 더 가까운 것은 중국 방식이다. 미국 노스럽 그러먼처럼 대체 추진기를 붙여 제한적으로 기동 능력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연료가 떨어진 위성의 추진 기능을 ‘부활’시키기 때문이다.

중국 방식에는 위성 두 기 사이에서 이송되는 액체 연료가 새지 않도록 압력과 밀봉 수준을 관리하는 고난도 기술도 필요하다.

우주 급유가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우주 급유 기술이 없는 지금은 연료가 바닥난 모든 위성이 폐기되기 때문이다. 연료가 없으니 지구 관제소 지시에 따라 방향이나 자세 제어를 할 수가 없다. 위성에 실린 다른 장비가 모두 멀쩡해도 무조건 수명은 끝난다. 위성은 지구 궤도를 수십년간 떠다니며 우주 쓰레기가 되거나 지상에 추락한다. 우주 급유가 이런 ‘자원 낭비’ 상황을 해소할 수 있다.

우주 급유에는 또 다른 의미도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최근 공식 자료에서 “군사 위성 기술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우주 급유가 시행되면 정찰위성이 연료 걱정 없이 수시로 궤도를 바꾸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인공위성 요격용 미사일이나 우주선이 위협할 때, 적극적으로 회피 기동을 하는 일도 가능하다.

미국은 이달 초 스젠 21과 스젠 25 간에 이뤄진 우주 급유를 자국 정찰위성 2기를 동원해 집중 관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콤스포크는 SNS를 통해 “미 국방부는 이번 중국의 우주 급유를 보고 경계심을 느낄 것으로 전망된다”며 “중국 위성이 미래 분쟁에 어떻게 이용될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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