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사의 이상한 '정산지연' 악용 논란...“공기업, PG사 갑질 대책 마련해야”

2025-06-02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가 공기업을 상대로 '정산 지연'을 협상 수단으로 악용하는 영업 관행이 논란이다. 계약서에 명시된 느슨한 정산 마감 기한을 근거로, 합법적인 '정산 지연'을 통보하며 PG사 교체를 막는 방식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 공기업이 수수료 절감을 이유로 다른 PG사로 계약 전환을 추진하자, A사는 “PG사 교체 시 최대 6개월간 정산 지연이 생길 수 있다”고 통보했다. 이 공기업의 연간 결제금액은 300억원 규모로 PG사 교체 시 수수료 0.5%p를 낮춰 연 1억원 이상을 절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교체는 무산됐다. 이 공기업 관계자는 “PG사 교체시 정산 지연을 하겠다며 협박당했다”며 “돈을 내고 계약한 PG사에게 오히려 갑질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산 지연이 현실화되면 사내에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교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실제 계약서에는 '최대 6개월 내 정산' 조항이 명시돼 있다. 통상 월 단위 정산이 이뤄지지만 예외 상황을 고려해 느슨하게 설정된 조항이 정산 지연으로 악용될 수 있는 것이다. PG사는 고객 결제 자금을 일시 수납해 사업자에게 전달하는 중개자이나 계약 구조 허점을 이용해 자금 흐름을 통제할 수 있다.

이에 대해 A사 측은 “해당 공기업이 수수료가 더 낮은 타사와 교체 추진을 했었고, 결국 같은 수수료로 계약이 연장된 것은 맞지만 정산 지연이 발생하거나 압박한 적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는 특정 PG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공 영업을 담당하는 PG사가 공공기관 등 대상으로 수직적인 구조를 악용해 '정산 리스크'를 협상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전언이다. 공기업·공공기관은 내부 의사 결정이 복잡하고 PG사 교체까지 절차가 까다롭다. 교체과정에서 갈등이 생기면 실무자 책임이다. 민간 기업처럼 수수료에 민감하지도 않아 리스크를 감수할 이유도 없다.

문제는 이 수수료가 결국 국민 세금으로 지급된다. 공공예산이 시장 가격보다 비싼 수수료로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원회는 티메프 사태 이후로 이커머스 정산 기한은 40일 이내로 단축을 추진하고 있으나, PG사 정산은 기업 간 계약에 따른다”며 “계약의 허점과 공기업의 구조적 한계를 교묘히 활용할 수 있는 회색 지대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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