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엔 이상저온, 여름엔 이상고온…배추·무 가격이 불안하다

2025-05-31

전남도는 관내 과수(배·복숭아·살구·자두 등) 농가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 3~4월 이상저온에 따라 꽃눈 고사와 결실 저하 등의 피해가 잇따른 것으로 신고됐기 때문이다. 신지영 농림축산식품부 원예경영과장은 “아직 생산량 축소에 따른 가격 상승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지만,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가 올해도 이상기후 리스크의 타격을 받고 있다. 이상기후는 농산물 작황 부진→공급 축소→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올 여름에는 이상고온·강우가 예상된다. 31일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6월부터 8월까지 매월 기온이 평년 수준 이상일 확률이 크다. 이미 조짐이 나타났다. 지난 21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섭씨 23도를 기록했는데,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07년 이후 가장 더운 5월 아침이었다.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10월까지 매우 더운 날씨가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올여름 강수량의 경우 기상청은 “6월에 평년 수준 이상일 확률이 크다”고 봤다.

이 때문에 농식품부는 오는 7월부터 출하되는 여름 배추와 무의 재배면적이 전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걱정한다. 이에 현재 공급량이 충분한 봄 배추·무를 비축하는 중이다. 추후 시장에서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면 보유 물량을 풀어 가격을 안정시킬 목적이다. 농식품부의 정재환 원예산업과장은 “무보다는 배추가 더 걱정”이라며 “이상기후에 병충해 등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상기후에 따른 농산물 물가 상승 우려는 10년가량 전부터 이어지고 있다. 갈수록 물가 변동성이 커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보다 2.3% 증가했는데, 농산물지수만 따로 보면 10.4%나 뛰었다. 이상기후는 해수 온도를 변화시켜 수산물 공급과 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축산물도 영향권에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 낸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이후 한국 물가 상승분의 약 10%가 이상기후 때문으로 조사됐다.

한은은 이와 함께 “예기치 않은 이상기후가 발생하면 1년가량 뒤 산업생산 증가율이 0.6%포인트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야외 활동이 많은 건설업 등이 주요 피해 업종이다. 이상기후에 따라 에너지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면 수급 차질을 빚을 우려도 있다. 재난 피해도 일으킨다. 모경종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시민단체 기후솔루션의 조사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3년까지 기후 재난에 따른 피해액은 약 15조9000억원(피해액 4조1000억원, 복구액 11조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앞으로 이상기후의 강도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부터 2029년까지 가운데 한 해 이상이 역대 최악으로 더웠던 지난해보다 더울 수 있다(확률 80%)”고 밝혔다. 유종현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기후변화에 별다른 정책적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2035년 피해 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1%에 달하고 그 수치는 2100년에 5.2%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희 KDI 연구위원은 “이상기후에 따른 농산물 등의 공급 부족을 막기 위해 공급처를 국내·외로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상기후의 근본 원인인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믹스를 재생에너지나 원자력발전 등 중심으로 전환하는 노력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유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상기후는 저소득층 등 취약 집단에 더 큰 영향을 미치면서 빈곤과 불평등을 강화할 가능성도 크므로 정책 지원이 집중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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