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러닝 맨-감각과 역동성이 폭발하는 미래 활극

2025-12-09

과거 <다이 하드>를 봤을 때가 떠올랐다. 속도감 있는 사건 전개와 유머로 영화에 끌려갔던 경험이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다. 잠시나마 이 영화가 지금의 소년·소녀들에게는 <다이 하드>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제목: 더 러닝 맨(The Running Man)

제작연도: 2025

제작국: 영국, 미국

상영시간: 132분

장르: 액션, 스릴러

감독: 에드거 라이트

출연: 글렌 파월, 윌리엄 H. 메이시, 리 페이스, 콜먼 도밍고, 조슈 브롤린

개봉: 2025년 12월 10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를 보는 2시간이 조금 넘는 상영시간 내내 과거 <다이 하드>를 봤을 때가 떠올랐다. 속도감 있는 사건 전개와 유머로 보는 내내 딴생각을 하지 못하고 영화에 끌려갔던 경험이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다. 잠시나마 어쩌면 이 영화가 지금의 소년·소녀들에게는 <다이 하드>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귀가해 보도자료를 보니 서두를 장식하고 있는 여러 호평 중 으뜸으로 소개된 것이 원작자인 스티븐 킹의 단평이다.

“환상적이다. 현대판 <다이 하드> 같다. 짜릿한 스릴러.”

최근 레트로 열풍과 맞물려 스티븐 킹과 소설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더불어 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줄이어 공개되거나 예정돼 있어 화제다.

한국에서도 현재 8부작 드라마 <그것: 웰컴 투 데리>가 미국과 거의 동시 방영되고 있고, 이미 수작이라는 소문이 자자하게 돌고 있는 <척의 일생>은 12월 개봉을 진행 중이다.

아직 날짜는 미정이지만 미국에서 지난 2월 개봉한 기괴한 공포물 <더 몽키>, 9월 개봉한 <롱 워크> 등도 조만간 국내 소개될 분위기다.

그리고 넷플릭스가 낙점한 <쿠조>를 위시로 <캐리>, <토미노커스> 등 20여편에 달하는 작품이 제작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전보다 원작에 충실한 영화화

가까운 미래, 국가 시스템은 붕괴하고 사회는 독점 거대기업 ‘네트워크’에 의해 철저히 통제된다. 정의롭지만 다혈질에 충동적인 성격으로 평소 손해를 많이 보는 벤 리처즈(글렌 파월 분)는 이번에도 동료를 돕다 억울하게 직장에서 쫓겨난다.

아내와 아픈 딸의 생계를 위해 돈을 벌어야만 하는 그는 어쩔 수 없이 방송국을 찾아가고, 이곳의 제작자이자 수장인 댄 킬리언(조슈 브롤린 분)의 꼬드김에 넘어가 목숨을 건 서바이벌 쇼 <더 러닝 맨>에 참여하기에 이른다.

원작 소설은 1982년 출간됐는데, 스티븐 킹의 다른 필명인 리처드 바크먼으로 발표한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다.

인터넷과 휴대폰을 비롯한 네트워크에 의해 휘둘리는 사회, 방송을 장악한 거대 기업의 사실 왜곡과 대중 선동 등 많은 부분에서 현재의 모습을 예견한 듯한 지점들을 찾을 수 있어 독자들 사이에서 새롭게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이미 1987년에 아널드 슈워제네거를 주연으로 영화화된 적이 있지만, 대략적인 배경 설정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내용이 소설과 다르다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이번 작품은 소소한 영화적 각색이 있지만 큰 틀에서 비교적 원작의 내용을 따르고 있는 편이다.

재능 있는 전문가들의 의기투합

연출을 맡은 에드거 라이트는 2004년 <새벽의 황당한 저주>로 장편 데뷔했다.

이후 <베이비 드라이버>, <라스트 나잇 인 소호>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감각적 연출을 인정받아 왔는데, 특히 음악에 조예가 깊어 선곡과 활용에 남다른 능력가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10대 시절 접한 원작소설에 큰 인상을 받은 기억이 있고, 좀더 애정을 가지고 이번 작품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이번 작품은 그의 남다른 재주가 흥미로운 이야기와 맞물려 더 빛을 발하고, 현실적인 문제의식까지 더해지며 여느 때보다 중량감 있는 작품이 됐다.

모처럼 출연 배우의 영향력을 실감하게 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2003년 <스파이 키드 3D: 게임 오버>로 데뷔한 글렌 파월은 어느새 22년차 중견 배우가 됐지만, 비교적 최근에 공개된 <탑건: 매버릭>과 <트위스터스>를 통해서야 비로소 관객들의 눈에 띄기 시작했다.

준수한 외모에 꾸준한 작품 활동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원맨쇼에 가까운 이번 작품은 그의 연기 인생에 확실한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할리우드에서 맹활약 중인 정정훈 촬영감독이 스태프로 참여했다는 부분도 한국 관객에게는 특별한 관전 포인트가 되겠다.

영화 <더 러닝 맨>의 원작이 된 소설 속 배경은 2025년이다. 공교롭게 이번 영화의 개봉 연도인 올해와 일치한다.

앞서 만들어졌던 1987년 영화가 제시한 해는 2019년이지만 묘사되는 풍경은 훨씬 먼 미래 또는 비현실처럼 보인다.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SF 영화의 배경이 지금은 과거가 돼버린 경우가 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사진), <서기 2019 블레이드 러너>(1982), <2009 로스트 메모리즈>(2002)처럼 용감하게 제목부터 연도를 내세우는 작품들부터 일단 눈에 띈다.

재패니메이션의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아키라>(1988)는 1988년 대폭발 이후 재건된 ‘네오도쿄’를 무대로 한 2019년 배경이고, <소일렌트 그린>(1973)은 2022년, <뉴욕 탈출>(1981)은 1997년을 배경으로 암울하고 야만적인 미래상을 제시한다.

과거를 여행했던 1편과 달리 미래로 향한 <백 투 더 퓨처 2>(1989)에서 도착한 해는 2015년이다. 또 <터미네이터>에서 AI와의 전쟁이 촉발되는 핵 공격은 1997년 일어난다.

SF임에도 연도를 제시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관객들의 몰입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분명한 때를 특정함으로써 허구이나마 나름 최선의 리얼리티를 부여코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은 유수와 같고 도저히 맞닥뜨리지 않을 것 같은 미래도 성큼 눈앞을 스쳐 과거가 돼버린다. 그래서 지금 보면 배경설정만으로 당황스럽거나 뻘쭘해진다.

그래서 상당수 작품은 특정 연도 대신 ‘가까운 미래’ 또는 ‘몇 년 후’라는 추상적인 표현을 쓰거나, 지난 12월 3일 개봉한 <콘크리트 마켓>처럼 ‘20XX’ 같은 표기를 써 추후 반드시 도래할 어색함을 피하는 방식을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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