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로 찢긴 한국사회…국가 신용등급도 하락 우려

2025-01-12

한국 사회에서 좌우로 갈라진 이념의 양극화 현상이 최근 10년간 더욱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갈등을 해소하고 통합해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극렬한 대립을 부추기면서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계에서는 이념 양극화로 한국 사회가 매년 치러야 할 사회적 갈등 비용만 20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12일 독일 베를린 사회과학연구센터 산하 매니페스토 프로젝트에 따르면 한국의 이념양극화지수는 2012년 0.36에서 2020년 1.26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매니페스토 프로젝트는 전 세계 정당들의 공약과 선거 결과 유권자 득표율을 수집·분석하는 기관이다. 이념양극화지수가 커질수록 양극화 현상이 심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2012년 19대 총선(0.36)과 2016년 20대 총선(0.9), 2020년 21대 총선(1.26)까지 양극화지수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최근 10년 사이 각 정당은 물론 유권자의 정치적 성향 또한 좌우로 크게 엇갈렸다는 얘기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이전에는 싸울 때 싸우더라도 필요한 민생 법안은 회기 끝에 합의해서 통과시키는 관례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워진 것이 현실”이라며 “갈수록 여야 의원 간 대립이 깊어져 서로 협상 상대로 여기기보다는 투쟁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정치적 갈등은 한국 사회의 사회적 신뢰도 갉아먹었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실시하는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4점 만점으로 측정되는 한국의 신뢰인식지수는 2014년 2.76점에서 2023년 2.53점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 갈등은 사회통합을 저해할 뿐 아니라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미쳤다.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2년까지 사회적 갈등으로 발생한 경제적 비용은 2352조 원에 달했다. 연평균 비용은 213조 8200억 원으로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8.9%에 해당했다. 사회적 갈등 비용은 주로 정치적 불안에서 발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여파가 미친 2017년의 경우 사회적 갈등 비용이 1740조 6000억 원에 달했다. 올해 역시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이 촉발한 정치적 혼란이 더 거세지고 있어 갈등 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적 갈등은 기업의 경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부의 경제정책과 제도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져 기업이 중장기 경영전략을 세우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김상배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팀이 외환·무역·재정·통화 등 네 가지 경제정책과 기업의 신용거래 간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이들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기업 신용거래가 위축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정책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기업은 미래 현금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 증가로 현금 보유 유인이 늘게 된다”며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예측 가능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념의 양극화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치 복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는 정치대로 경제는 경제대로 가던 과거와 달리 정치 현안이 실물경제 흐름을 좌우하는 변수가 됐다”며 “지금과 같은 정치 혼란이 장기화할 경우 국가신용등급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정치가 사회통합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5%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내수 경제가 코로나19 당시보다도 어려운 상황이 돼버려 현재로서는 정치적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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