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53~61% 범위로 제시했다. 반가운 진전이다. 그러나 범위는 시작일 뿐 진짜 방향은 선택이 결정한다. 한국은 그 상단인 61%를 국가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것은 환경 운동가의 구호가 아니라 다가올 10년 산업 전환의 설계도이자 글로벌 자본시장에 보내는 신호다.
숫자의 높고 낮음보다 중요한 것은 그 목표가 어떤 경제와 사회의 운영체제를 상정하느냐는 점이다. 최근 한국에 20조 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한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기후 리스크는 곧 재무 리스크”라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꾸준히 강조해왔다.
이제 탄소 감축은 ‘부담’이 아니라 미래 성장의 언어가 됐다. 핵심은 서비스 산업의 인공지능(AI) 전환이 세계적으로 가속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금융·의료·교육·물류·관광과 같은 분야에서 AI가 생산성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수출의 단위가 물리적 재화에서 디지털 서비스로 옮겨갈수록 동일한 부가가치를 내기 위한 에너지와 탄소는 줄어든다. 제조의 강점을 유지한 채 서비스가 생산성의 공통분모로 작동하면 경제 전체의 탄소당 생산성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감축과 성장은 더 이상 충돌하지 않는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환경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수익성과 자산 가치, 금융 안정성에 직결되는 문제다.
이 변화는 산업의 근본 구조를 바꾸고 있다. 클린에너지 기반의 AI 신산업이 수출·서비스·제조 전반을 연결하는 공통 운영체제가 되고, ‘전력·연산·공정’의 효율을 함께 높이는 나라가 새로운 경쟁력을 갖게 된다. 이제 경쟁의 기준은 더 큰 공장이나 더 많은 설비가 아니라 재생 전력과 연산 효율을 얼마나 긴밀히 결합하느냐에 있다. 이런 구조를 고려하면 61%는 무리한 상향이 아니라 새 시대의 현실적 수치다. 달성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조합과 실행력의 실패다.
글로벌 자본시장도 이 흐름을 이미 읽고 있다. “기후 리스크는 재무 리스크”라는 인식이 투자 판단의 기본이 됐다. 높은 목표는 의지의 표현이 아니라 신뢰의 언어다. 명확한 타임라인과 예측 가능한 정책, 중간 성과가 결합될 때 프로젝트의 불확실성은 줄고 에너지 전환 투자는 빨라진다. 반대로 하단에 머물면 자본은 머뭇거린다. 목표의 높이보다 중요한 것은 목표의 신뢰도다.
따라서 NDC는 환경부의 계획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것은 AI와 재생에너지가 결합된 국가적 전환 전략, 곧 새로운 경제·사회 운영체제의 설계도여야 한다. 기후 문제를 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볼 게 아니라 거시경제 관리를 위한 일부로 다뤄야 한다. 재생에너지의 인허가를 단축하고, 저장·계통 투자를 병행하며, 전력과 연산의 타임라인을 일치시키는 것이 출발점이다. AI 전력 수요에 대한 우려 역시 효율 설계와 표준화로 극복할 수 있다. 높은 목표와 예측 가능한 규칙은 금융 비용을 낮추고, 기술과 규범을 선점할 나라에 기회를 준다.
결국 관건은 숫자가 아니라 미래 산업 전략과 실행의 문제다. 53~61%의 범위를 환영하지만 선도 국가의 길은 상단을 선택할 때 열린다. 61%를 분명히 하고, 재생 전력과 AI 연산을 엮은 새로운 시스템으로 현실화해야 한다. 이 전환은 경제를 고부가·저탄소 구조로 재편하며 감축은 억지가 아니라 효율의 부산물이 될 것이다. 탄소 중립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 경제 시스템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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