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하고 반성문 쓰면 봐줘… “양형 기준 재정립” 목소리도

2025-01-29

우리나라의 공무집행방해죄 법정형 기준이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 아님에도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법원이 상대적으로 관대한 판결을 내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권력 약화와 집회·시위 양상의 변화 등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현실이 바뀌고 있는 만큼 2017년 개정 이후로 변동이 미미한 공무집행방해 양형 및 집행유예 기준을 현실에 맞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4일 법원행정처의 2024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 판결을 받은 인원은 8495명으로 2022년 7498명 대비 13.2% 증가했다. 그러나 실형이 전체 인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었다. 2022년 전체의 19.3%(1450명)였던 실형 비중이 2023년에는 18.2%(1551명)로 낮아졌다. 반면 벌금형은 31.3%에서 33.7%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는 형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정보성 광주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공무집행방해죄가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자 매우 엄중한 죄라는 것을 잘 알리고 실제 처벌 수준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양형기준을 자체를 손질하지는 않더라도, 현재 처벌 기준에서 최저 수준의 형량을 내리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공무집행방해 법정형은 상대적으로 낮지 않다. 형법 제136조는 공무집행방해와 관련해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특수공무집행방해는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경우 각 조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다른 해외 선진국과 비교하면 세부적인 부분에서 현실적인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 공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해 저항하면 3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처해진다. 다만, 가중처벌이 이뤄질 시에는 6개월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등 하한선을 정해 놓는다. 미국은 경찰관 등 공무원에 단순히 저항했을 때 벌금형 또는 1년 이하의 금고형에 처한다. 그러나 통상 ‘폭행’으로 인식할 수 있는 물리력 동원, 즉 피해자의 신체와 직접적인 접촉이 있거나 다른 중범죄를 저지를 의도가 있는 경우 벌금형 또는 8년 이상의 자유형에 해당한다. 흉기를 사용했을 경우 벌금형 또는 20년 이상 형에 처해진다.

프랑스의 경우 공무집행 저항 수준에 따라 2년, 3년, 5년, 10년의 형에 처해진다. 일본의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금고형 및 50만엔 이하의 벌금형이다. 다만 일본의 경우 공무집행방해를 폭행사건보다 중하게 다루고 있으며, 공무집행방해 피해자를 개인이 아닌 국가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합의를 거절하고 기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양형기준이 문제로 꼽힌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공무집행방해·직무강요의 양형기준은 기본 6개월~1년 6개월이다. 이는 일반재산에 대한 장물범죄의 기본 양형기준과 같은 수준이다. 감경 영역은 최대 8개월이며, 가중 영역은 최소 1년 이상 최대 4년이다. 집행유예 기준도 부정적 참작 사유는 ‘2회 이상 집행유예 이상 전과’ 등 까다롭지만, 긍정 참작 사유는 ‘자수’, ‘진지한 반성’ 등 비교적 추상적이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에서는 현안분석 등을 통해 공무집행방해죄 양형 강화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현재까지 집행유예 기준의 변화 등 일부분에서만 변동이 있을 뿐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형 기준도 2011년 7월부터 이어오던 기본 6개월~1년 4개월의 범위를 하한선을 2개월 늘려 2017년 1월 개정한 것 외에 변화가 없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변호사는 “집행유예에 대한 기준이 양형 기준에 녹아 있는데, 피고인 각각의 사정에 따라 집행유예 기준이 다르게 적용되는 경우가 있어 이를 구체적으로 다듬을 필요가 있다”면서도 “당장 양형 기준을 높힌다면 다른 범죄에 대한 기준도 손을 봐야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 경찰관들의 현장 대응 메뉴얼을 더욱 강화하는 등 당장 적용이 가능한 부분을 도입한 뒤에 차차 법 적용을 높여가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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