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수의 AI와 뉴비즈] 〈26〉생성형 AI 기반 '하드테크 르네상스'가 시작됐다

2025-08-28

미국 실리콘밸리가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하드테크(Hard Tech)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지난 20세기가 반도체, 통신, 항공우주, 바이오 같은 '하드테크' 시대였다면, 지난 10여 년은 '웹 2.0'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온라인 플랫폼 등 소프트웨어(SW) 중심의 시대였다. 하지만 최근 이 판이 다시 뒤집히고 있다. 변화의 기폭제는 바로 생성형 AI다.

언어 모델과 멀티모달 AI는 단순히 텍스트와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을 넘어, 신소재 탐색, 반도체 설계, 신약 후보 발굴, 물리적 설계 등에서 사람보다 더 뛰어난 생산성을 발휘한다. 나아가 이 AI가 물리적 세계와 만나면서 진정한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디지털 공간에 갇혀 있던 AI가 로봇에 탑재돼 현실 세계에서 활동하는 '지능형 기계'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생성형 AI 기반 '하이테크 르네상스'가 시작됐다.

구체적으로, 반도체 산업에서 생성형 AI는 칩 설계 효율을 극대화한다. 엔비디아는 AI를 활용해 칩 설계 주기를 단축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신약 개발도 마찬가지다. 딥마인드의 알파폴드(AlphaFold)는 단백질 구조 예측 문제를 해결하며 제약 산업의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더 나아가, 새로운 혁신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스팟(Spot)은 AI를 통해 건설 현장에서 자율적으로 이동하며 위험 요소를 감지하고, 물류 창고에서는 아마존의 자율 로봇이 AI로 최적의 경로를 찾아 물품을 분류하고 운반한다. 이는 모두 생성형 AI가 물리적 환경을 이해하고 행동을 계획하는 데 활용된 결과다.

건축가가 건물의 구조를 설계하거나 자동차 디자이너가 부품 형태를 구상할 때, 생성형 AI는 수많은 가능성을 단 몇 초 만에 제시한다. 복잡한 공기역학적 효율을 극대화하는 드론 디자인, 무게는 가볍고 강도는 높은 로봇 팔 구조 등이 이제 AI 도움으로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탄생하고 있다. 제조 공정 또한 AI 손을 거치며 진화한다. 과거에는 엔지니어들이 직접 모든 공정 데이터를 분석하고 최적의 경로를 찾아냈지만, 이제 생성형 AI는 제조 로봇 동작을 시뮬레이션하고 가장 효율적인 생산 라인을 자동으로 설계해준다. 이는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결과를 가져다준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CES2025에서 “AI가 물리 법칙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며 “AI 다음의 개척 분야는 피지컬 AI”라고 단언했다. 그의 예견대로 피지컬 AI는 노동력 부족과 고령화 사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슈퍼맨이 되고 있다. 텍스트, 이미지, 음성, 영상을 생성하는 SW 중심의 혁신에 머물렀던 생성형 AI가 이제 물리적 하드웨어(HW)와 결합해 진짜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하드테크 르네상스의 핵심은 HW와 SW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이다. 과거에는 HW와 SW 개발이 분리돼 있었지만, 이제는 AI 알고리즘, AI 반도체, 시스템 통합이 하나로 묶인 통합형 솔루션이 필수다. 엔비디아의 아이작 심(Isaac Sim)은 가상공간에서 로봇 물리적 움직임을 학습시킬 수 있는 시뮬레이션 도구로, 실제 HW 적용 전에 수천·수만 번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학습할 수 있게 해준다.

SW 중심의 1차 AI 혁명이 끝나고, HW와 융합된 2차 AI 혁명이 시작됐다. 하드테크 르네상스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의 창이 될 수 있다. AI와 제조업의 완벽한 융합은 한국이 제조 강국의 위상을 지키고, 더 나아가 기후 변화, 질병, 자원 고갈 등 인류의 위기를 해결하는 데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최은수 인텔리빅스 대표·aSSIST 석학교수·CES2025 혁신상 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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