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띄워 급상승…파면 후엔 ‘수익’ 좇아 서로 헐뜯기

2025-05-29

98개 채널, 계엄 선포 6개월 만에

총 구독자 수 45% 늘어 3085만명

배승희·고성국 등 뉴스 채널 진행

신의한수, 슈퍼챗 수익만 2억여원

파면 후엔 성장세·수익 크게 둔화

성범죄자 이력·욕설 녹취록 등

서로 과거 전력 폭로로 ‘관심끌기’

자극적 콘텐츠로 분노·혐오 조장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극우 유튜버들을 키웠다. 임기 중에는 극우 유튜버들을 공식적으로 육성했고, 불법계엄과 탄핵 국면은 극우 유튜버들에게 ‘장날’이 됐다. 극우 유튜버들의 전성기는 그리 길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 파면과 함께 ‘장날’은 끝났고 극우 유튜버들은 급기야 ‘동족포식’을 시작했다. 서로를 저격하고 재물 삼아 자극적 콘텐츠를 만들었다. 수익만을 좇는 극우 유튜버들이 보수진영 전체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향신문은 ‘아스팔트 보수’로도 불리는 극우 성향 유튜브 채널 중 구독자 1만명 이상인 채널 98개를 시기별로 분석했다. ‘비상계엄 지지’ ‘부정선거 주장’ ‘대통령 파면 불복’ 등 주장을 담은 영상을 대상으로 했다. 계엄 당일인 지난해 12월3일, 윤 전 대통령이 구속된 1월19일, 석방된 3월8일, 파면된 4월4일을 기점으로 삼았다. 유튜브 통계 분석 사이트 ‘플레이보드’ 자료를 활용했다.

분석 결과 극우 유튜브 채널 98개의 총 구독자 수는 지난해 12월3일 2119만명에서 6개월이 지난 올해 5월29일 3085만명으로 45.6% 증가했다.

29일 기준 100만 구독자를 넘긴 곳은 신의한수(161만명), 배승희변호사(161만명), 신인균의국방TV(151만명), 고성국TV(126만명), 꽃보다전한길(125만명), 성창경TV(116만명), 가로세로연구소(103만명), 성제준(100만명) 등 8곳이었다. 상위 20위 유튜버들의 구독자 총합은 1895만2000명이다.

대형 극우 유튜버들을 성장시킨 동력은 윤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극우 유튜버들을 ‘공증’하며 육성했다. 2022년 5월10일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 가로세로연구소, 이봉규TV, 안정권, 전광훈 등 극우 유튜브 채널 운영자 30여명을 초청했다. 고성국씨는 지난해 4~5월 KBS 라디오 프로그램 <전격 시사>를 진행했고, 배승희씨는 YTN 라디오에서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를 진행했다. 극우 유튜브를 운영한 김채환씨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으로 발탁됐다. 그는 지난해 12월 인재개발원장을 그만둔 뒤 유튜버로 돌아갔다.

윤 전 대통령은 비판적인 기성 언론의 대체재로 극우 유튜버를 성장시키려 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총선 때 윤 대통령에게 ‘상황이 어렵다’는 민심을 전하려고 전화를 하니 ‘조선일보, TV조선, 채널A 같은 기성 언론 보지 말고 고성국TV를 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극우 유튜브는 계엄 당일과 윤 전 대통령 구속일 사이 50일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이들은 부정선거론 같은 음모론·허위조작정보를 확산하며 구독자를 늘렸다. 지난해 12월3일 2119만명이던 채널 98곳의 총 구독자가 지난 1월19일에는 2581만명이 됐다. 하루 평균 9만8000여명이 늘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난달 4일부터 지난 26일까지 79만명(일평균 약 1만5000명)이 늘어 증가폭이 크게 꺾였다.

급성장한 유튜브 채널은 모두 윤 전 대통령을 주요 주제로 다뤘다. 지난해 12월3일부터 지난 26일까지 가장 구독자가 많이 늘어난 채널은 역사강사 전한길씨가 운영하는 꽃보다전한길 채널이다. 51만명에서 125만명으로 늘었다. 구독자 급증은 전씨가 부정선거를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전씨가 보수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 집회에 나가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던 1월 말쯤 구독자 100만명을 넘겼다.

배승희변호사(129만명→160만명), 그라운드C(28만명→85만1000명)도 지난 6개월간 급성장했다. 배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불법계엄이 “국가 안정을 위한 결단”이라고 했고, 그라운드C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대통령 파면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성장 속도가 가장 빨랐던 채널은 뉴스피드다. 지난해 12월3일 구독자가 약 1만명이었는데 반년 만에 35만4000명으로 늘었다. ‘윤 어게인이 필요한 이유’ ‘탄핵 결정이 말도 안 되는 이유’ 같은 영상이 이 채널에서 인기를 끌었다. ‘헌법재판관 중국인 음모론’ ‘국민의힘 지도부 중국 연계설’ 등을 올린 유튜버 천조국파랭이 구독자는 6만명에서 33만4000명으로 늘었다.

유튜브 내 유료 후원인 슈퍼챗도 지난해 12월~올해 1월에 집중됐다. 플레이보드를 보면 신의한수는 국내 유튜버 슈퍼챗 수익 순위에서 이 기간 1~2위에 올랐다. 두 달간 슈퍼챗으로 얻은 수익만 2억6806만원(조회수 수익은 별도)이다. 그라운드C는 같은 기간 1억2043만원, 홍철기TV는 1억674만원, 시사우동균은 6331만원, 김사랑시인은 5588만원의 후원을 받았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4월에는 극우 유튜버 대부분이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며 극우 유튜버들도 힘을 잃었다. 더 이상 성장할 수 없게 되자 극우 유튜버들은 서로 저격하는 내전을 시작했다. 과거 전력을 폭로하는 진흙탕 싸움도 불사했다.

유튜버 보수아이둘은 성범죄자 전력이 알려져 채널을 폐쇄했다. 이 채널을 운영하던 노모씨(32)는 2014년 미성년자 3명을 상대로 강제추행·유사성행위를 저질러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2019년에도 소셜미디어에서 만난 20대 여성을 취업을 빌미로 유인해 강간·불법촬영·감금했다.

노씨가 ‘발목에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한 이는 다른 극우 유튜버 전사부배달이다. 이후 노씨는 지난달 말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며 자신의 전자발찌를 ‘인증’했다. 노씨는 성범죄 전력이 알려졌음에도 “윤석열을 지키고 빨갱이와 싸우고 싶다”며 활동을 이어가다 최근 채널을 삭제했다.

극우 유튜버 안정권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나는 계몽됐다”고 말한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 소속 김계리 변호사가 자신과의 통화에서 욕설을 하는 녹취록을 공개했다. 두 사람은 ‘윤 어게인’ 집회 주도권을 놓고 갈등했다. 김 변호사는 “윤상현이 ‘내가 윤심이다’ ‘윤 어게인의 적통자다’ 이 지X 하고 있다” 등 거친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신남성연대를 운영하던 배인규씨는 지난 24일 인천 중구 한 모텔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체포됐다. 부정선거, 헌법연구관 중국인 설 등을 펴던 눈팅귀팅 채널은 이 소식을 콘텐츠로 만들었다. 눈팅귀팅은 “배인규는 단순 유튜버가 아니라 공적 인물로 모범적 자세가 요구되는데 기대를 저버린 것”이라며 “우파 콘텐츠를 신뢰할 수 있다는 기존 주장에 균열을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적 극우 포퓰리즘 담론의 구조와 전파 양상’ 논문 저자 김종우 연세대 사회학과 연구교수는 “‘극우’ 유튜버들은 수익을 위해 민주주의가 기초하고 있는 다원주의에 심각한 위협을 만들고 있다”며 “개별 채널의 수익 창출이 더 중요하다보니 적대적, 부정적 감정과 분노·혐오를 만들어낸다”고 했다. 지병근 조선대 정치학과 교수는 “가짜뉴스를 유포해 사회 갈등을 조장하는 ‘아스팔트 보수’ 유튜브 채널에 정치인이 출연하는 것은 사실상 ‘신뢰도 높이기’ 작업”이라며 “정치인이 ‘보수’ 가치를 팔아 지지세라는 사적 이익을 얻는 것”이라고 했다.

박선희 조선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윤 전 대통령 법률대리인, 국민의힘 등 정당에서 허위조작 정보에 기반한 극우 영상을 퍼날라서 ‘반향실’에 머무르는 메아리로 그치지 않고 있다. 극우 유튜브의 정치세력화에 일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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