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연일 ‘초규모’ ‘신속’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불을 지핀다. 내년도 정부 예산에 ‘무기질비료 가격보조와 수급안정 지원사업’ 등 농가경영비 지원 예산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농업계도 추경에 희망을 걸고 있다.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을 거치며 내년 우리 경제가 한층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대안으로 ‘추경론’이 급부상 중이다. 정부·여당은 선을 긋고 있지만 야당에서 힘을 싣고 있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만나 “조속하게 민생 안정을 위한 추경을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통화당국도 추경 필요성을 언급하며 추경론에 힘을 보태는 상황이다.
쟁점은 추경의 내용과 규모다. 민주당은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등과 함께 농업분야에서 필요한 부분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최근 입장문에서 “추경 등을 통해 농어민이 요구하는 다양한 민생 예산을 반영하겠다”고 했다.
무엇보다 시급한 건 무기질비료 가격보조 예산이다. 농해수위는 정부 예산안을 예비 심사하면서 정부안에 없던 예산 255억원을 증액했지만 최종적으로는 반영되지 않았다. 특히 추경 시점이 중요한데, 무기질비료는 현장 수요가 2월부터 발생해 추경이 늦어지면 가격 상승분을 농가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올해산 벼값 하락과 생산량 감소로 농가 농업소득이 줄어든 가운데 환율 상승으로 내년 비료 가격은 오를 게 뻔해 농가가 전전긍긍한다”면서 “상황을 고려하면 255억원 이상 확보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차액 보전’ 등 농가 경영비 부담을 덜어줄 예산 추가 확보도 긴요하다. 내년에 글로벌 리스크로 국제유가가 들썩이면 한국전력공사가 억누르고 있는 전기요금은 인상이 불가피하다. 특히 도축장도 전기요금 부담을 대안 없이 떠안게 생겼다. 농해수위가 내년 도축장 전기요금 할인 특례 일몰에 대응하기 위해 ‘도축장 전기요금 특별지원사업 예산’ 400억원을 증액했지만 최종 불발되면서다.
이밖에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 이차보전’ 등 지금 예산으로는 사업을 운영하는 데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에서 보완도 필요하다.
관건은 정부·여당의 호응 여부다. 정부·여당은 내년도 예산을 일방적으로 감액한 야당이 추경을 요구하는 건 ‘병 주고 약 주는 격’이라며 표면적으로 반대하고 있지만 경제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추경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다만 여당은 추경을 편성하더라도 당장은 본예산 집행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