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친환경농업 확산과 기후 변화 대응
지역 농가의 안정적 소득 기반 제공
6월 5일 세종시서 20주년 행사 개최
다양한 체험과 파머스마켓도 운영


오는 6월 2일은 ‘유기농데이’ 기념일 선포 20주년을 맞는 뜻깊은 날이다. 1992년 전남 장성의 학사농장의 자체 기념행사로 진행됐다가 2006년 국회에서 전국의 친환경농업 생산자, 소비자 등 관련 단체들이 모여 제정한 유기농데이는 숫자 6과 2가 ‘유기’와 발음이 비슷하다는 데 착안해 지정됐다. 이 날은친환경유기농업의 중요성과 그 가치를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안전한 먹거리와 지속 가능한 농업의 가치를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기 위한 기념일이다.
유기농의 가치 계승과 사회적 확산
유기농업은 단순히 화학 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농법을 넘어선다. 이는 생태계를 보전하고,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을 고려하며,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철학이자 실천이다. 우리 토양과 물,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나아가 기후 변화 대응에도 중요한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농촌진흥청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기농은 관행 농법 대비 최대 83%의 탄소 저장 효과가 있으며, 또한 논 면적의 30% 이상을 유기농으로 전환할 경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처럼 유기농업은 2050 탄소 중립 실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유기농데이는 바로 이러한 유기농업의 환경적, 사회적 가치를 우리 일상 속에서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그 의미를 사회 전반으로 전파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기농업은 단순한 생산 방식의 전환을 넘어, 환경 보전과 지역 공동체 회복의 열쇠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유기농 식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높아지고, 로컬푸드와 친환경 급식 확대 등이 추진되며 유기농업의 사회적 가치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 특히 학교 급식을 중심으로 한 공공 영역에서의 유기농 식재료 사용은 미래 세대의 건강한 성장과 더불어 지역 농가의 안정적인 소득 기반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20년간의 주요성과와 축제의 장
유기농데이의 가치는 매년 다양한 방식으로 계승되고 퍼져 왔다. 2007년 유기농 쌀 국회 공급 협약, 2012년 서울 용산 노들 텃밭에서의 세계 유기농업 지도자들과 함께한 서울 도시농업 원년 선언, 2021년 대학교 유기농 급식 제공 등이 대표 사례이다. 2022년 소비자와 농가가 직접 만나는 ‘촌캉스’와 ‘6.2 워킹데이 챌린지’ 등 다채로운 행사를 통해 유기농 가치를 널리 알렸다. 지난해에는 ‘건강과 지구를 지키는 친환경 농산물’이라는 주제 아래 청년, 귀농 후계농들의 파머스마켓, 친환경 실천 서약, 모종 화분 체험, 오가닉 카페 등 시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올해 유기농데이 20주년 기념행사는 ‘지구를 지켜온 20년, 커져라 친환경’이라는 슬로건으로 6월 5일 세종시 싱싱장터(도담동)에서 개최된다. 기념식과 더불어 전국의 친환경 농부들이 직접 참여하는 파머스마켓이 열려 신선한 친환경 농산물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친환경농업의 미래 소비자인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어린농부 드로잉북, 유기농 백설기, 에코백 만들기 등)이 준비돼 있다. 이러한 활동들은 유기농업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더욱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역할을 할 것이다. 행사 주최는 한국친환경농업협회와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회이다. 이와 더불어 친환경 농산물 소비 확대를 위해 농협 하나로마트 전국 주요매장과 이마트, 롯데마트 전 점에서유기농데이 기념 판매행사를 추진하고, 현대백화점(현대그린푸드), 올가홀푸드, 한살림, 두레생협 등 친환경농산물 전문판매장에서도 특별 판매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친환경농산물의 접근성과 구매 경험을 동시에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천원의 아침밥을 통해 대학생들에게 유기농 쌀을 공급해 친환경 쌀 소비 저변을 확대하는 동시에 대학생들의 건강한 식생활을 지원할 예정이다.
글로벌로 확산되는 유기농데이
한국에서 시작된 유기농데이는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21년 유럽연합(EU)에서는 매년 9월 23일을 ‘유럽 유기농데이(EU Organic Day)’로 정하고, 회원국들이 유기농업의 성과를 홍보하고 관련 산업을 촉진하는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EU는 ‘2030년까지 전체 농경지의 25%를 유기농으로 전환’이라는 야심 찬 목표를 설정하고 유기농을 농업 정책의 중심에 두고 있는데, 유기농데이는 이러한 전환을 사회적 운동으로 확산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일본·호주 등 여러 국가에서도 민간 차원의 유기농 캠페인 및 ‘Organic Week’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유기농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으며, 국제 유기농운동연맹(IFOAM) 또한 전 세계적으로 유기농의 날 지정 확대를 지지하고 있다. 이는 유기농업이 단순히 국내 이슈를 넘어 기후 변화 등 글로벌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유기농데이 20주년을 맞아 우리는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기후위기, 환경오염, 식량안보 문제 등 전 지구적 복합 위기 속에서 유기농업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가야 할 방향으로 인식되고 있다. 앞으로 유기농데이는 단순한 기념을 넘어, 정책과 산업, 교육과 소비 전반에 지속 가능한 생태 전환을 촉진하는 강력한 동기가 돼야 한다.
앞으로의 과제로는 유기농 인증 신뢰도 제고 및 유기농 가치소비 확산, 가격 경쟁력 확보, 청년 농업인 지원 등이 꼽힌다. 유기농업이 단지 ‘건강한 먹거리’를 넘어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아야 하며, 유기농데이는 그러한 전환의 촉매제 역할을 해야 한다.
지난 20년이 건강한 뿌리를 내리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20년은 줄기와 가지를 뻗고 꽃과 열매를 맺는 여정이 돼야 한다. 유기농은 지구와 생명을 위한 작지만 강한 선택이며, 유기농데이는 그 선택을 사회 전체가 함께 실천하는 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동근 친환경농산물 자조금관리위원 사무국장(경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