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후보 美 대통령 당선…MAGA 기조 아래 '미 우선주의' 전략 추진
美 현지 기업 지원 비중 늘리거나 동맹국 대상 보조금 추가 조건 요구할 가능성
강화되는 대중국 압박…단기 수출 충격 및 중국발 돌발 리스크 대응 필요
'메이드 인 아메리카'와 '중국 때리기' 전략이 새롭게 출범하는 트럼프 2기 정부에서 더욱 견고해질 전망이다.
중국의 첨단산업 굴기를 무력화하기 위한 규제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보다 촘촘하고도 정교한 대응전략을 짜야할 것으로 보인다.
6일 친트럼프 성향 보수 매체인 폭스뉴스는 5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Donald John Trump) 공화당 후보가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후보는 이날 오전 2시 30분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연설을 통해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돼 영광"이라고 밝혔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선거 구호로 트럼프 후보는 그간 관세 인상, 이민자 추방,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종식, 전기차 의무화 취소 등 경제 회복 및 자국 산업 보호 정책을 강력히 어필해왔다.
이같은 '미국 우선주의' 정책 기조는 반도체 산업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전망이다. 트럼프 후보는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지원법(CHIPS Act)과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한 보조금 지급을 줄곧 비판해온터라 해당 정책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앞서 그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관세를 높이면 그들(외국 기업)이 와서 반도체 회사를 공짜로 만들 것"이라며 미국 내 제조시설 내재화 전략을 언급한 바 있다. 보조금을 지원하는 대신 관세를 올리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알아서 미국에 투자 깃발을 꽂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렇다고 보조금을 철회하는 초강수를 두게 되면 자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설비 구축 정책에 제동이 생기게 되는 만큼, 제도는 유지하되 내용 측면에서 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구체적으로 미 현지 기업에 대한 지원 비중을 늘리거나 동맹국을 대상으로 한 가드레일 조항 및 보조금 지원에 대한 추가 조건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미 미국에 투자를 확정지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로서는 부담이 커진다.
삼성전자는 삼성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가동 시기는 오는 2026년이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에 패키징 공장을 세울 예정으로 양사 모두 미 정부로부터 보조금 수령을 기대하고 있다. 여기서 트럼프 정부가 보조금을 빌미로 추가 투자 등 다른 조건을 요구한다면 국내 기업의 투자 전략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한국기업평가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산업별 영향' 보고서를 통해 "지원금 축소나 현지 투자에 대한 요구조건 강화는 생산설비 투자자금 및 운영비용 증가에 따른 수익성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산업연구원도 '미국 대선 향방에 따른 한국 산업 영향과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트럼프 집권 시 "자국 기업 편향 지원 강화에 더해 새로운 협상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지만 국가 전략상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된다"면서 "기존 보조금 대비 투자금 확대 또는 기존 투자금 대비 보조금 축소" 가능성을 제기했다.
'메이드 인 아메리카' 뿐 아니라 '대중국 압박'도 강화할 방침어서, 단기 수출 충격 및 중국발 돌발 리스크 대응 전략이 요구된다.
트럼프 2기에서는 첨단 반도체 관련 장비·부품 뿐 아니라 고성능 메모리 제품군으로 규제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봉쇄 정책으로 중국에 반도체 첨단장비 반입이 어려워진다면 중국 내 반도체 생산 및 중국 현지 판매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중이며, SK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 공장을, 충칭에는 후공정 공장을 두고 있다. 다롄에는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 공장이 있다.
대중 메모리 수출 제재 강도가 높아진다면 중국 중심인 국내 기업들의 반도체 판로에도 적잖은 충격이 예상된다. 중국은 창신메모리(CXMT), 양쯔메모리(YMTC) 등 메모리 제조사들이 기술 추격에 나서고 있어 범용(레거시) 제품 경쟁력 약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한기평은 "중국은 트럼프 1기부터 본격화된 반도체 산업 규제에 대응해 자국 반도체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대중 견제 정책 강화가 중국 IT산업 전반으로 확산돼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위축될 경우 범용 제품을 중심으로 한 공급과잉 부담 확대 및 판가 경쟁 심화로 국내 업체들의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자국 내 생산설비 유치, 대중국 견제 전략이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 2기에 발맞춰 생산기반 다각화 및 제품포트폴리오 개선 등 다양한 출구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인 지정학적 리스크, 시장 수요, 팹 운영 효율성 등 종합적인 부분을 고려한 전략이 요구된다.
지금처럼 막대한 대미 투자가 이뤄지는 상황에서는 미 정부로부터 최대한의 수혜를 이끌어내고, 중국과의 갈등은 최소화해 안정적인 팹(생산 시설) 운영을 꾀하는 것이 최선이다. 동시에 판로를 다변화하는 등 중국 리스크 대비도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은 "반도체지원법의 경우 자국 기업 편향 지원 및 기존 보조금 대비 추가 투자 요구 등 가능성에 대한 협상력 제고 및 설득 논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중국 수출 통제에서는 우리 기업의 중국 내 시설 운영 시한 최대 연장을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도 보조금 등의 지원으로 국내 기업들의 반도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주요국 수준에 발맞춘 직접 보조금, 세액공제, 비상기금 등 지원 수준을 다각화하는 동시에 불필요한 제도는 적극적으로 완화해 기업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는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