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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표를 사면 안 된다는 건 알아요. 그런데 티켓팅은 실패했고, 경기는 꼭 보고 싶었어요.”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티켓 가격이 하늘로 치솟았다. 정가 3만 원대 좌석이 수십만 원으로 거래되고, 일부는 999만 원까지 올라갔다.
암표 근절 대책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이고 '온라인암표센터'는 5년간 48만 건 넘게 접수하고도 처벌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
결국 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살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1루 오렌지석 두 장에 47만 원”…정가 10배 뛴 암표, 단속은 ‘0건’
2025 한국시리즈 입장권은 티켓 양도 플랫폼 ‘티켓베이’ 등에서 최고 999만 원에 거래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31일 기준 티켓베이에는 한국시리즈 6차전 3루 오렌지석(응원석) 1장이 225만 원, 3루 테이블석 1장이 160만 원에 올라와 있었다. 하지만 LG트윈스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한화 이글스를 4대 1로 꺾고 구단 통산 4번째 통합 우승을 확정하면서, 해당 표는 결국 사용할 수 없게 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은 "이것은 단순한 인기 경기의 프리미엄이 아니라 명백한 불법 재판매"라며 "문화체육관광부가 직접 암표 근절을 위한 지침과 재판매 방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법이 아니라 의지"라며 "인기 경기 입장권의 선점·전매 구조를 방치해온 제도적 허점이 불법 거래 시장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온라인암표신고센터’는 5년간 48만 건 넘는 신고를 접수하고도 처벌로 이어진 건이 하나도 없다. 6억 원 넘는 예산이 투입됐지만 담당 인력은 협회 직원 1명과 용역 2명으로 총 3명에 불과하다. 좌석번호가 없으면 구매자 확인이 어렵고, 개인정보보호법을 이유로 수사기관 이첩도 이뤄지지 않았다.
문체부는 지난 3월 국민체육진흥법을 개정해 매크로 예매 금지와 입장권 부정 판매 금지 조항을 신설했지만, 시행령·시행규칙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티켓베이·당근마켓 등 주요 거래 플랫폼에 대한 차단·삭제 요청 실적도 없다. 그 사이 시장에는 ‘매크로 예매 후 웃돈 거래’ 구조가 굳어졌다.
‘합법 양도 플랫폼’이 ‘암표 시장 통로’로
문제는 티켓 거래의 주요 창구가 된 ‘티켓베이’의 구조적 허점이다. 애초 티켓베이는 공연·스포츠 경기 티켓을 정가에 안전하게 양도할 수 있도록 만든 중개 플랫폼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암표상들이 이 플랫폼을 장악, 합법적인 양도보다는 웃돈 거래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티켓베이 운영사인 권범순 팀플러스 재무이사를 향해 "왜 정가 11만 원짜리 (아이돌그룹) 세븐틴 티켓이 650만 원에 재판매되고, KBO 포스트시즌 티켓이 (정가보다) 5~10배 뛰어 판매되는 것이냐”며 “야구 인기가 많아지는데 왜 티켓베이와 암표상만 돈을 버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그는 “(티켓베이가) 판을 깔아두니 (암표상들이) 매크로 쓰며 판을 치는 것”이라며 “분명히 잡을 수 있는데 안 잡는 이유는 수수료 (수익으로) 티켓베이가 돈을 더 많이 벌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최근 팀플러스에 암표 신고 제도가 있느냐 질의했지만 '원래 프리미엄을 붙여서 판매하는 플랫폼이라 별도로 신고하는 제도가 없다'는 취지의 답을 들었다며 "암표의 사전적 의미가 뭔지는 아느냐"라며 "정상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원래의 표값보다 비싸게 파는 게 암표"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개선 의지가 있다고 생각할 테니, 올해 안에 어떤 암표들을 적정선에서 견제하고 제재할지 가지고 오라"고 요구했고, 권 이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제가 이것 끝까지 책임지겠다"며 "유용한 플랫폼은 좋은데 단 이건 너무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을 향해서는 "근거법이 없으면 근거를 만들고 빈틈이 있으면 빈틈을 메워야 한다"며 "근거법을 어떻게 만들지까지 포함해서 계획을 세운 다음에 의원실에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5억7000만 원 챙긴 암표상”…매크로로 1만장 예매해 폭리
최근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티켓을 싹쓸이한 암표상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21일 프로야구 입장권을 대량 구매한 뒤 웃돈을 붙여 되판 혐의로 40대 남성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2023년 3월부터 가족·지인 명의 계정 6개를 만들어 자동입력 매크로로 1만880매를 예매했다. 이후 최대 15배 웃돈을 붙여 팔며 총 5억7000만 원의 폭리를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루에만 128장의 암표를 팔아 1527만 원을 챙긴 날도 있었다. 한화이글스와 기아타이거즈 경기에서 정가 4만 원인 1루 커플석을 40만 원에 되판 정황도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 7월부터 매크로를 이용한 암표 판매를 집중 단속하던 중 암표 거래 의심 온라인 게시물을 포착, 같은 달 25일 경기 여주시의 한 PC방에서 A씨를 검거했다. 당시 A씨는 PC 3대에 매크로를 돌리며 프로야구 경기 티켓을 예매에 몰두하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프로야구나 공연 티켓 예매를 위한 매크로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암표 예매에 직접 연결되는 '직링' 제작과 유포 등을 이용한 예매 행위는 모두 불법"이라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관련자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암표 사고 싶어서 사는 줄 아세요?”…팬들의 절규
암표로 인한 피해는 결국 '제값 주고 보고 싶은 팬들'에게 돌아간다. 직접 만난 네 명의 야구 팬들은 모두 티켓팅에 실패한 뒤 웃돈을 주고 티켓을 구입한 경험이 있었다.
B씨(29)는 지난달 2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 경기의 1루 그린지정석(외야)을 한 장을 20만 원에 구매했다. 정가는 3만5000원, 약 6배 비싼 가격이었다.
그는 “티켓팅에 실패해서 어쩔 수 없이 암표를 샀다"며 “한국시리즈는 야구팬이라면 꼭 보고 싶은 경기다. 올해 보고 나면 다음은 20년 뒤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암표 구매 이유를 털어놨다.
가격에 대해서는 “솔직히 정가를 생각하면 화가 나지만, 경기의 가치를 생각하면 '그래, 이 정도면 괜찮다’는 생각도 든다”며 “하지만 단속이 제대로 안 되니 암표상들만 배불린다. 이제는 규제가 미비해 (암표를) KBO가 직접 파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한국시리즈 2차전의 1루 오렌지석(응원석) 두 장을 47만 원에 구매한 C씨(28) 역시 정가 7만 원짜리 티켓을 세 배 넘게 주고 샀다.
같은 경기의 1루 네이비석 한 자리를 23만 원에 산 D씨(36)는 “암표를 사고 싶지 않았지만 직관은 포기할 수 없었다”면서 “티켓팅은 실패하고, 경기장엔 가고 싶고… 결국 울면서 지갑을 열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위에도 우승 순간을 직접 보고 싶어서 웃돈을 주고 산 친구들이 많다”며 “암표가 사라져야 취소표라도 풀려서 팬들이 정가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로야구 정규시즌에 암표를 사본 적이 있다는 E씨(25)는 “아버지가 야구를 좋아하셔서 대신 표를 구하다가 티켓베이를 알게 됐다”며 “정규시즌 때는 암표 가격이 정가보다 몇천 원 비싼 정도라 ‘티켓팅 시간 아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무료 경기 티켓까지 수십만 원에 파는 걸 보고 마음을 접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티켓팅은 매번 실패하니까 팬들의 선택지는 '암표'밖에 없어 허탈하다"며 “암표상들은 나쁜 의미로 대단하다. 규제가 이렇게 느슨한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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