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뷰티 산업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로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국내 화장품 수출액의 16%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이 쪼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중소 뷰티업계를 중심으로 자구책의 필요성이 커진 가운데 정부가 관세 대응 자문단, K뷰티 명품 사절단 등 미국 수출 지원을 위한 대책을 내놨다.
관세 장벽에 위기감 커진 K뷰티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2일 서울 성동구에 있는 CJ올리브영의 혁신매장 ‘올리브영N’에서 ‘K뷰티 중소·벤처기업 글로벌 진출 지속가능성 확보 방안’을 발표했다. 6개 화장품 수출 중소기업과 마련한 현장간담회 자리에서다.
이날 간담회에 참가한 뷰티 중소기업들은 수출 다변화를 원하고 있지만 각국의 규제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데 대한 고민이 컸다. ‘르피크 레티놀 나이트크림’으로 미국 아마존에서 인기를 얻은 리퀴드네이션의 심건우 대표는 “미국 정부가 관세뿐 아니라 화장품 규제 정책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헤어에센스와 트리트먼트 등을 수출하고 있는 김진웅 헤어플러스 대표는 “국내 제품들이 해외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도록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가성비 K뷰티, 관세 타격 우려

지난해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총 102억 달러로 이 중 67%(68억 달러)는 중소기업이 기여했다. 중소기업 수출 1위 품목으로 자리를 굳힌 화장품 산업은 올해 1분기 18억4000만 달러의 수출 실적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증가한 규모로 분기 최대 실적이다.
과거 국내 화장품 업계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중국에 수출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소셜미디어(SNS) 속 한류 열풍에 힘입어 중소기업이 미국 수출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 화장품 수출액의 16%를 차지하는 미국은 중국(20%)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지난해 K뷰티의 미국 수출액은 17억100만달러를 기록했다. 장기간 1위를 지켰던 프랑스(12억6300만달러)를 제치고 미국에 가장 많은 화장품을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
K뷰티의 가장 큰 강점은 중저가에도 뛰어난 기능을 자랑한다는 점, 즉 가성비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은 중소 뷰티업계의 가격경쟁력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한국산 화장품에 기본관세 10%를 부과했고, 90일 유예 기간이 지나면 25% 상호관세까지 적용 예정이다. 관세율이 유럽연합(EU, 20%), 일본(24%)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점이 국내 기업에는 부담이 되고 있다.
정부, 관세 대응·글로벌 마케팅 지원
정부는 K뷰티 열풍이 꺾이지 않도록 미국 관세 조치에 대한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수출국 다변화를 위한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한편 수출 유망기업을 발굴·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중기부는 우선 관세사와 화장품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화장품 관세 대응 자문단’을 꾸렸다. 이달부터 화장품 분야 관세 정책 설명회를 개최해 중소 뷰티업계의 실질적 고민을 상담할 계획이다. 카카오톡 인공지능(AI) 챗봇 상담시스템을 도입해 미국 관세부과 절차, 원산지 증명 등 관세분야 특화 상담도 지원한다. 관세청에서는 화장품에 대한 원산지 증명 발급절차를 국내 제조 확인서 등으로 간소화할 예정이다.
현지 마케팅도 돕는다. CJ올리브영과 함께 미국 뷰티 인플루언서를 발굴해 국내 수출 유망기업을 연결하고 현지 뷰티 박람회에서 바이어를 만날 수 있도록 돕는 ‘K뷰티 명품 사절단’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올해 하반기 미국 로스엔젤레스(LA)에서 열리는 한류 축제 케이콘에 ‘K뷰티 전용관’도 신설하기로 했다.
K뷰티, 수출 다변화 시도

신시장 진출을 위한 지원도 강화된다. 민간 뷰티 국제 박람회인 코스모뷰티서울 박람회를 올해부터 정부가 공동주관해 개최하고 미국·일본 등의 대형 유통기업을 연결하는 ‘빅바이어 초청 상담회’도 연다. 유럽과 남미 지역에 기반을 둔 온라인 플랫폼 입점을 돕고 마케팅 역량이 부족한 기업들을 위해 판매 대행을 돕는 등 수출국 다변화를 시도한다.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K뷰티 해외 인증 지원 한도를 기존 35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한시적으로 상향하고, 현재 미국(FDA)·유럽(CPNP)에만 적용되던 해외 인증 패스트트랙을 각국 인증으로 확대 예정이다.
지난달 출범한 ‘글로벌 K뷰티 펀드’는 연내 조성을 마무리하고, 내년에는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위한 전용 펀드를 신설하기로 했다. ‘K뷰티 글로벌 트랙’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CJ올리브영·아마존·한국콜마·코스맥스와 함께 중소 뷰티기업의 신제품 개발과 글로벌 마케팅을 지원한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최근 세계 각국이 보호무역 강화 기조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잘 대응하면 K뷰티가 글로벌 시장 1위를 확고히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K뷰티가 중소기업 성장과 국가 수출을 견인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더 많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