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시 이거 초급자용으로 할 수 있어요?” “아니, 초급자용 말고 고수 모드로 해야지.”
50대 남성 두 사람이 '서울AI페스타 2025' 현장에 마련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바둑로봇 앞에서 가벼운 실갱이를 벌였다. 촬영용 카메라와 로봇팔을 갖춘 AI 바둑로봇 앞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줄을 지어 'AI와의 한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 인간과 AI 역사적 한판은 10년도 채 되지 않아 일상생활로 스며들었다.
8일과 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AI페스타 2025'는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디지털재단이 주관하는 행사로 AI 기술의 대중화를 목표로 올해 처음 열렸다.
AI 기술이 우리 사회와 일상에 어떻게 스며들고 있는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직접 체험하고, 미래 발전 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AI 축제다.
AI 바둑로봇을 담당하는 진행요원은 “참가하는 분들이 많아 바둑 대신 오목으로 경기를 치르고 있다”며 “어린이와 어르신들 실력에 맞춰 초급, 중급, 고수 등 수준별 경기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결을 펼치는 남성은 바둑판에 신중하게 흑돌을 놓았다. AI 바둑로봇은 마치 생각하는 것처럼 2~3초 시간을 두고 백돌을 놓았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경기는 4승1패로 끝났지만, 이번 경기는 수 분만에 인간 참가자의 승리로 끝이 났다. 남성 참가자 얼굴의 미소가 그려졌다.
DDP 아트홀 가운데 AI 로봇활용 가족경진대회에는 가족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직접 로봇을 조립하고 움직이는 모습이 펼쳐졌다. 다른 한편에는 생성형AI의 약점으로 꼽히는 '할루시네이션(환각·거짓정보)'을 안내하기도 하면서 도구로서 AI 활용 사례를 교육, 돌봄, 서비스업까지 골고루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행사 현장에는 AI 청소로봇이 돌아다니며 쉴 새 없이 바닥을 닦았다. 청소로봇을 만난 아이들은 “누가 조종하는 거에요?”, “물통은 어딨어요?”라는 연신 호기심어린 질문을 던졌다.
또 현장에 이동 약자를 위한 자율주행 휠체어, 청각 장애인을 위한 AI 자막 선글라스 등은 AI가 단순히 효율성만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모든 시민의 삶을 윤택하게 지원하는 기술임을 보여줬다. 기술 발전을 넘어 모든 시민에게 'AI와의 동행'이 필요하다는 미래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서울시는 AI 기술이 행정, 교육, 산업, 시민 생활 전반에서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이미 AI 교육과 체험 기회 확대, 취업 연계 지원, 디지털 격차 해소 정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는 최첨단 고급 인재와 함께 실무형 AI 인재 양성을 위한 인턴십 및 실무 교육을 강화할 예정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의 이러한 AI 정책을 개막식 축사에서 이어 청년대표 4인과 함께하는 '서울시-청년 열린 AI 대토론회'에서 공유했다. 이 대토론회는 이세돌 9단도 현장에서 청취했다.
오 시장은 “마곡에 있는 '서울퓨처랩', 창동에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이 있지만 접근성이 제한적이라 아쉽다”며 “서울 각 자치구별로 AI 체험 공간을 확대해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AI를 접할 수 있도록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한국은 패스트팔로워(빠른 추격자)로서 능력이 뛰어난 나라”라며 “서울시가 아시아의 AI 허브가 될 수 있도록 지속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