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은 혁신이다

2025-08-14

나는 10년 넘게 아침으로 빵을 먹고 있다. 내가 먹는 빵은 사워도와 치아바타 두 종류다.

사워도(Sour dough)는 ‘시큼한 반죽’이란 뜻이다.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된 발효 빵은 근대 이전까지 과일과 곡물로 만든 천연 발효종을 썼다. 모든 빵이 사워도였던 셈이다. 하지만 1857년 프랑스의 생화학자 루이 파스퇴르가 효모의 특성을 규명하며 상용화된 이스트가 등장했다.

산업혁명 이후 빵은 공장에서 자동화로 대량생산됐다. 발효 역시 상용 이스트를 사용한 신속 발효로 대체됐다.

그런데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예외였다. 1840년대 골드러시로 몰려든 사람들이 상업용 이스트를 구하지 못해 천연 발효종을 직접 만들어 지니고 다녔기 때문이다.

1849년에는 프랑스 이민자인 이시도르 부댕(Isidore Boudin)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사워도 전문 빵집을 열었다. 그는 상업용 효모 없이 물과 밀가루만 사용한 자연 발효법으로 빵을 만들었다. 176년이 지난 지금도 이 집은 창업자가 쓰던 모반죽으로 사워도를 만든다. 사워도는 독특한 맛뿐 아니라 발효의 원래적 의미를 재구현한 혁신적인 빵이다.

치아바타(Ciabatta)도 혁신적인 빵이다. ‘슬리퍼’라는 뜻의 이 빵은 1982년 이탈리아의 한 제빵업자가 개발했다. 그는 프랑스 바게트에 맞설 이탈리아만의 빵을 소망했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이탈리아 통밀가루로 치아바타를 만들었다.

치아바타는 반죽이 특이하다. 묵은 반죽을 새로운 반죽에 섞는 비가(Biga)로 빵에 탄력을 줬다. 비가는 피자 반죽에도 쓰이는 이탈리아 전통 방식이다. 또 풀리시(Poolish) 반죽으로 부드러움을 부여했다. 풀리시는 물과 밀가루를 1 대 1로 섞는 묽은 반죽인데 19세기 폴란드에서 개발됐다. 풀리시는 상업용 이스트를 적게 넣는 대신 발효 시간을 늘려 빵에 복합적인 풍미를 준다. 덕분에 치아바타는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으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빵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렇지만 이런 빵들은 10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는 구하기 쉽지 않았다. 오랫동안 우리나라 빵 시장은 식사 빵이 아니라 크림빵과 케이크 같은 단 빵 중심이었다. 우리나라 빵의 역사가 1920년대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운영하던 화양과자 전문점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제빵시장은 1990년대부터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가 주도해왔다. 비용을 우선시하는 한국 프랜차이즈 제빵 기업이 주도적으로 사워도나 치아바타처럼 제작 과정이 복잡한 빵을 도입하기란 쉽지 않았다. 프랜차이즈 제빵 기업의 대량생산 빵에 밀린 동네 빵집 역시 개성 있는 빵을 내놓기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에 건강한 빵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유럽이나 미국의 자연친화적 빵 문화를 직접 경험한 소비자들이 늘면서 시장이 바뀌고 있다. 또 천연 발효같이 생태적 가치를 중시하는 파티시에도 늘면서 사워도나 치아바타를 전문으로 만드는 빵집이 동네마다 생기고 있다. 덕분에 나는 먹기에도 좋고 생각하기에도 좋은 음식으로 매일 아침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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