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상반기 국내 의약품 소매 판매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의정갈등 여파가 이어진 가운데 연 초 독감과 코로나19, 노로바이러스 등이 크게 유행한 결과로 풀이된다. 국내 전체 소매시장이 최장기간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간 가운데 의약품만 나홀로 고공 행진했다.
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의약품 소매 경상금액(판매액)은 16조734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조1951억원 대비 10.1% 성장했다. 통계 집계 이래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판매액이다.
국내 의약품 소매시장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매분기 역대급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특히 지난 2016년 이후 사상 최악의 유행을 보인 독감을 시작으로 노로바이러스, 홍역, 백일해 등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차례로 이어지며 의약품 수요를 크게 늘렸다.
실제 지난해 4분기 처음으로 분기 판매액 8조원(8조972억원)을 돌파한 이래 올해 2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8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올해 1분기(8조4414억원)는 역대 분기 최대 판매액을 기록했고, 2분기(8조2933억원)는 역대 두 번째 실적을 거뒀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고령화, 만성질환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의약품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지난해 말부터 유독 전염병이 크게 유행한 데다 의정갈등 이후 장기처방, 상비약 비축 수요도 꾸준해 상반기 최대 기록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약국을 중심으로 한 의약품 소매 시장은 하반기에도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필수재인 의약품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있으며, 가을부터 시작되는 독감 등 계절성 전염병 유행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홍역이 대유행을 하는데다 수해로 인한 수인성 감염병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겨울철 독감과 노로바이러스 등 유행도 이어질 전망이다. 우려했던 트럼프 행정부의 의약품 관세 영향도 소매시장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국내에서 생산하고, 국내 제약업체들의 미국 수출 물량 역시 크지 않아 전반적인 가격 인상 요인이 적기 때문이다.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연간 기준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 판매액(31조2381억원)을 넘어서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 전반의 내수침체 속에서도 의약품 소매 수요가 굳건했다는 점도 지속 성장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올해 2분기 소매판매지수(불변지수)는 101.8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 감소했다. 13개 분기 연속 감소하며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다. 실제 올해 상반기 의약품(10.1%)을 제외하고 가전(-8.8%), 화장품(-4.9%), 의복(-1.6%) 등 주요 품목 소매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했다.
한 약국 관계자는 “최근 이상기온과 실내 생활이 많아지면서 전염병 유행 속도와 범위가 더 빨라지고 넓어지고 있다”면서 “소아, 고령자를 중심으로 의약품 처방, 구매 환자가 늘고 있으며 겨울철이 다가올수록 수요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