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가 밝힌 ‘中 AI 로드맵’…런정페이 “美와 방향 다르다” 실용 AI 강조

2025-12-07

중국 거대 기술기업 화웨이의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이 중국과 미국의 인공지능(AI) 기술 발전 방향이 다르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중 첨단 반도체를 제재 국면에서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온 화웨이가 ‘중국식 AI 전략’ 구상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발언은 5일 ‘국제 대학생 프로그래밍 대회(ICPC)’ 측이 지난달 14일 런 회장과 대회 수상자들 사이에 오간 질의응답을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런 회장의 발언은 ‘인간과 비슷한 지능을 가진 범용 A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AGI)가 실현되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냐’는 질문에 대한 답에서 나왔다.

런 회장은 “미국은 AGI나 초인공지능(Artificial Super Intelligence·ASI)을 연구하며 인간 존재의 의미, 인간 사회의 미래 같은 (거시적) 질문을 다룬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은 (AI를 통해) 일을 처리하고,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산업 현장을 개선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미국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AI’라는 궁극적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면, 중국은 당장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 AI’를 추구하고 있다는 의미다.

구체적인 예시도 들었다. 중국의 AI는 “(거대 담론보다) 안전한 도시, 공교육과 의료의 개선, 자동화 광산·시멘트 공장 등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인도네시아 학생과의 문답에서도 AI 응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시급한 과제는 컴퓨팅 파워나 대규모언어모델(LLM) 같은 기술 경쟁이 아니라 응용에서 앞서 나가는 것”이라며 “예컨대 인도네시아에는 항만이 매우 많아 AI를 통한 선박·항만 자동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중국식 AI 로드맵의 발전 속도와 인재 확보 측면에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런 회장은 “메타가 젊은이들에게 1억 달러(약 1500억원)가 넘는 계약금과 수백만 달러의 연봉을 준다고 해도 중국에선 큰 반응이 없다”며 “이미 중국에는 강력한 역량을 갖춘 기업과 청년들이 이끄는 혁신 기업이 수두룩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글로벌 AI 기술 발전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어 “중국 청년들이 더 이상 남을 부러워할 이유가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중국은 앞으로 3~5년 내 상당한 발전을 이룰 것”이라며 “강한 중국은 세계 번영에도 이롭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기술을 전면적으로 배척하는 시각에는 선을 그었다. 런 회장은 “전적으로 (중국) 자신에게만 의존해서는 세계화에 맞설 수 없다”며 “중국은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 인재를 흡수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많은 인재가 미국에서 성장하는 건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이 화웨이만 콕 집어 제재하고 대부분의 중국 기업은 미국의 기술·생태계·장비·칩 등을 활용할 수 있다며, 이는 중국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중국 AI가 발전하려면 더 많은 기술과 인재를 흡수해야 한다는 인식을 내비친 셈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AI 기초연구는 단연 미국이 앞서 있기 때문에 중국은 당장 돈이되는 현장 응용 분야에 뛰어들어 입지를 다지겠다는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AI를 통한 공장 자동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 만큼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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