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갑습니다. 지금 용산 사무실로 왔는데 꼭 무덤 같습니다. 아무도 없어요.”
이재명 대통령이 4일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첫 인선 발표를 위해 취재진 앞에 섰을 때 먼저 꺼낸 말이다. 이 대통령은 “필기도구를 제공해 줄 직원도 없고, 컴퓨터도 없고, 프린터도 없고, 황당무계하다”고 말했다. 취임 첫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해 텅텅 비어 있는 사무실을 보고 놀라움을 표시한 것이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이 대통령은 “행정의 연속성이 필요한데, 지금 마치 소개(疏開) 작전을 시행한 전쟁 지역 같아져서, 완전히 새롭게 해야 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임명은) 원래 서명해 가지고 결재를 해야 되는데 결재해야 될 시스템이 없다. 손으로 써서 지장 찍으려니까 인주도 없다”며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 고민”이라고 했다.
이 같은 푸념은 첫 출근한 참모진에게서도 나왔다. “도저히 업무가 불가능할 지경”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나마 컴퓨터가 남아 있는 자리도 인터넷이 불통이었고, 인터넷 사용이 가능해도 전자문서 결재 시스템 로그인이 안 됐다고 한다. 핵심 부서에 배치된 대통령실 직원은 “이른 아침 도착했는데, 온종일 씨름한 끝에 오후 3시에야 로그인에 성공했다”며 “이런 상황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했다.
특히 대통령실은 ‘늘공’(직업공무원) 대부분이 원소속 부처로 복귀한 것이 이례적이라고 주장했다. ‘선발대’로 새벽 6시에 청사로 들어온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전에 행정요원 1명만 나와 문을 열어줬을 뿐 어떤 자료가 어디에 비치됐는지 인수인계해 줄 사람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며 “기초자치단체도 이렇게는 안 할 것”이라고 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취임 첫날 대통령실은 물리적인 업무 불능 상태”라며 “이 대통령은 국정의 연속성과 원활한 업무 재개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대통령실에 근무했던 일반직 공무원의 즉시 복귀를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라 인수인계할 것만 남기고 자료를 정리했다”며 “통상적인 절차에 따른 것이었다”고 했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종료 직후에도 연필 한 자루, 수건 한 장도 남아 있지 않은 건 마찬가지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