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구진, 국제학술지 발표
도형 구분하는 시험 보게 해
정답률 최고 60% 기록


까마귀가 복잡한 도형 모양을 비교적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런 인지 능력은 그동안 인간에게만 있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22일(현지시간) 호주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얼럿은 독일 튀빙겐대 연구진이 까마귀에게 도형 모양을 구분하는 기하학적 능력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최신호에 발표했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10살과 11살짜리 까마귀 두 마리를 행동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 각각의 까마귀 앞에 총 6개 도형이 등장하는 터치스크린을 보여준 뒤 모양이 다른 도형 1개를 집어내도록 한 것이다. 까마귀들은 모양이 다른 도형을 보면 부리로 쪼는 동작을 실험 전 숙달했다.
연구진은 실험 초기, 까마귀에게 별 5개 사이에 놓인 초승달 1개를 보여줬다. 이 실험은 쉽게 통과했다. 연구진은 더 어려운 문제를 까마귀에게 내기로 했다. 정사각형 사이에 있는 사다리꼴, 사다리꼴 사이에 있는 부등변 사각형(네 변, 네 각의 수치가 모두 다른 사각형)을 잡아내도록 했다. 부등변 사각형이 섞인 문제들은 사람도 혼동할 정도로 까다로웠다. 시험 문제는 총 60개였다.
까마귀의 ‘성적’은 놀라웠다. 연구진은 까마귀 두 마리가 50~60% 정답률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까마귀가 도형을 구분하지 못했다면 정답률은 6개 선택지 중에 1개를 무작위로 선택할 때 나오는 16%여야 했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높았던 것이다. 까마귀가 답을 ‘찍은’ 것이 아니라 고민해서 풀었다는 증거였다. 실제로 연구진은 어려운 문제에서는 정답률이 하락하고, 쉬운 문제에서는 올라가는 현상이 관찰됐다고 덧붙였다.
기존 연구에서도 까마귀는 ‘똑똑한’ 동물로 명성이 높았다. 숫자를 인식해 세거나 좁은 구멍에 들어간 먹이를 나뭇가지로 찍어서 꺼내먹는 동작이 확인된 적이 있다.
그동안 도형 구분은 동물 가운데 인간만 가진 것으로 여겨져 왔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까마귀에게도 이런 능력이 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연구진은 “진화 과정에서 까마귀의 도형에 대한 인식 능력이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