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파인 워치메이커 예거 르쿨트르는 이미 내년 ‘말의 해’를 향해 시선을 돌린 듯하다. 기운 넘치는 말의 형상을 담은 시계 3종을 일찌감치 공개했기 때문이다. 컬렉션 이름은 ‘리베르소 트리뷰트 에나멜 쉬베이훙’. 브랜드의 아이콘인 리베르소 케이스 뒷면에 현대 중국 미술의 거장 쉬베이훙(XuBeihong, 1895-1953)의 회화를 정교하게 모사했다.

동양 문화권에서 말은 오랫동안 용기와 고결함, 우아함을 상징해 왔으며, 십이지 동물 가운데에서도 특히 역동성과 활력을 대표하는 존재다. 이러한 말의 긍정적 기운과 미니어처 페인팅의 섬세함이 응축된 세 가지 모델은 단순한 기계식 워치를 넘어 동서양의 미감을 손목 위에 구현한 예술 작품에 가깝다.

‘캔버스’가 된 리베르소 시계
이번 컬렉션의 핵심은 중국 현대 미술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쉬베이훙의 작품을 시계 안에 정확하고 섬세하게 재현했다는 점이다. 중국 전통의 수묵화에 현대적 감각을 결합하며 동시대 미술의 변화를 이끄는 그는 프랑스 파리 에콜 데 보자르에서 유화 기법을 익힌 뒤, 실생활과 자연의 생동감을 화폭에 담는 데 집중했다. 특히 말과 새를 주제로 한 그의 작품은 사실적이면서도 격정적인 붓놀림을 더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작고 세밀한 그림이 투영될 ‘캔버스’로는 리베르소가 선택됐다. 1931년, 폴로 경기에서 발생하는 충격을 견디는 시계를 제작해 달라는 요청에서 탄생한 리베르소의 케이스 뒷면은 1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다양한 장식 기법을 담아내는 ‘그릇’으로 사용됐다. 이번 쉬베이훙 시리즈 역시 이러한 리베르소의 역사적 특징이 다시 한번 극대화된 결과물이다.

크기 2㎝² 채우는데 꼬박 80시간
시계를 완성하기 위해 예거 르쿨트르는 매뉴팩처 내 메티에 라르(Métiers Rares™) 공방의 장인들과 협업했다. ‘희귀한 장인 기술’을 뜻하는 이 공방은 기요셰(금속 표면에 새긴 정교한 반복 무늬) 장식, 에나멜링, 금속 세공, 마케트리(쪽매맞춤), 래커칠 등 사라져가는 수공예 기법을 계승하고 보전하는 곳으로, 브랜드의 예술적 정체성을 상징한다.

크기 1m²가 넘는 원본 수묵화를 2㎝² 남짓의 케이스 위에 옮기는 과정은 고도의 집중력과 인내가 필요한 작업이다. 장인들은 원작의 미세한 붓결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동물의 역동성과 긴장감, 생명력을 응축해내는 데 성공했다.
예거 르쿨트르는 에나멜 페인팅 장인 한 사람이 하나의 백케이스를 완성하는 데만 약 80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케이스 앞면의 다이얼은 수작업으로 완성한 기요셰 패턴 위에 염료를 도포한 뒤 800℃ 고온에서 구워내는 그랑 푀(grand feu) 에나멜링을 통해 깊은 색감을 구현했다.


세 가지 작품, 세 가지 감성
리베르소 트리뷰트 에나멜 쉬베이훙 시리즈는 질주하는 말의 우아함과 위엄을 담아낸 ‘달리는 말(The Running Horse)’, 흑마와 백마를 함께 그려 강렬한 힘과 깊은 유대감을 표현한 ‘전마(Two Horses)’, 과감한 붓놀림과 구도로 말의 고결함과 힘을 묘사한 ‘서 있는 말(The Standing Horse)’ 등 총 세 가지 버전으로 구성된다.
각 모델은 백케이스의 그림에 따라 다이얼의 기요셰 패턴과 에나멜 색에 변화를 주어 각기 다른 미감을 완성했다. 예를 들어 ‘달리는 말’ 버전 다이얼은 120개의 선이 방사형으로 퍼져나가는 형태의 선레이 기요셰 패턴에 짙은 녹색 에나멜을 도포해, 말의 활력과 자연의 기운을 동시에 전달한다.

세 가지 모델은 모두 시∙분침만을 갖춘 ‘타임 온리’ 방식이다. 이를 위해 예거 르쿨트르는 자체 제작 수동 와인딩 무브먼트인 칼리버 822를 탑재했다. 얇은 두께와 안정적인 구조를 갖춘 이 무브먼트는 리베르소 특유의 슬림한 실루엣을 유지하는 데 최적화된 기계식 ‘심장’이다.
세 모델 모두 화이트 골드로 만들었으며, 케이스 크기는 45.6ⅹ27.4㎜, 두께는 9.73㎜다. 리베르소만의 혁신적 케이스와 전통적인 장인 기법이 조화를 이룬 본 컬렉션의 세 모델은 전 세계 각 10점 한정 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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