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해 엔비디아 임원, 정부 측 고위급 인사들과 차례로 면담했다. 이를 통해 엔비디아와는 인공지능(AI) 인프라 핵심 부품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수급, 정부 측과는 최근 차질 위기를 겪은 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R&D) 협력 강화를 꾀한다. 또 최근 SK텔레콤 사례를 포함한 전 세계적 해킹 공격에 대해 당국과 힘을 합치기로 했다.
과기정통부는 유 장관이 이달 14일부터 17일까지 미국 워싱턴DC와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해 엔비디아, 연방통신위원회(FCC),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 국립과학재단(NSF) 측과 면담을 진행했다고 18일 밝혔다. 유 장관은 최근 미국 정부의 R&D 예산 삭감, 에너지부(DOE)의 한국 ‘민감국가’ 지정, GPU 수급난 등에 대응해 국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출장길에 올랐다.
유 장관은 엔비디아의 초청을 받아 본사를 방문, 제이 퓨리 총괄부사장과 칼리스타 레드몬드 부사장 등 주요 임원과 만났다. 한국의 AI 인프라 역량 확충을 포함해 생태계 강화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과기정통부는 전했다. 박윤규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은 엔비디아와 원활한 첨단 GPU 확보 등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유 장관은 또 실리콘밸리의 AI 분야 한인 과학자들을 만났다.
그는 14일 브랜던 카 FCC 위원장을 만나 전 세계적 위협이 커지는 통신 해킹에 대한 국제 공조 강화, 특히 최근 SK텔레콤 해킹 사고와 미국 솔트타이푼 사고 등 양국의 대응 방향을 공유하고 재발 방지책 마련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양측은 또 사물인터넷(IoT) 보안인증제도와 FCC 사이버 트러스트 마크 등 보안 인증제도 현황을 점검하고 기업들의 부담을 덜 수 있게 제도를 상호 연동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6세대 이동통신(6G) 개발, 해저 케이블 보안 등도 언급됐다.
유 장관은 이어 린 파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 부실장, 레베카 카이저 국립과학재단(NSF) 기획조정실장 등 과학기술 분야 인사들을 만났다. 미국 측의 예산 삭감과 민감국가 지정에 따른 양국 공동연구 등 협력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선제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취지다. 양국은 제12차 한미 과학기술공동위원회를 개최해 관련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유 장관은 DOE 산하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의 김영기 소장과 화상 면담도 했다. 양측은 입자물리학 등 대형 연구시설을 활용한 기초과학분야에서의 연구협력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유 장관은 국가핵안보관리청 산하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도 방문했다.
유 장관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변화된 R&D 정책방향과 연구보안 강화 정책이 우리 R&D에 미치는 영향을 빨리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엔비디아와의 GPU 협력 모색에 착수한 바 국내 AI 연구환경이 대폭 개선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