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계적 농수산 기업이 없는 이유

2025-01-22

사이먼 쿠즈네츠 하버드대 교수는 여러 나라의 경제발전 과정과 사회구조 변화를 연구해 197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그는 후진국이 공업화로 중진국이 될 수는 있지만 농어업·농어촌 발전 없이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우리나라가 본받을 만한 농어업 선진국은 어디일까.

대표적인 농업 선진국 네덜란드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23년 기준 6만 3000달러다. 인구는 1800만 명이며 면적은 강원도와 경상북도를 합한 것보다 약간 크다. 하지만 농업인구 18만 명이 생산하는 유제품과 계란, 관상용 식물, 육류 등 농산물 수출액은 2024년 기준 1289억 유로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경쟁력의 양대 축은 온실재배 기술과 장기적으로 추진 중인 정밀농업(precision farming)이다.

네덜란드 온실은 지열·수경재배 등을 활용해 에너지를 60% 절감하고 정유공장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식물 재배에 사용한다. 정밀농업은 위성항법장치(GPS), 드론, 센서로 토양을 분석하고 로봇과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다. 농식품 연구개발(R&D)에 매년 4억~5억 유로를 투자해 혁신 기술을 보급한다. 대표 기업은 스마트 낙농 전문 업체 커넥테라(Connecterra), 실내 수직농업 전문 업체 팜벤트(FarmVent), 친환경 작물 보호 및 영양제 전문 기업 세라디스(Ceradis) 등이다.

대표적 수산업 선진국 노르웨이의 1인당 GDP는 2023년 기준 8만 8000달러, 인구 약 530만 명 중 어업인은 1만 3000명이다. 수산물 수출은 지난해 기준 160억 달러로 중국 다음으로 세계 2위다. 연어·송어·대구가 주요 수출 어종이다.

노르웨이의 경쟁력은 데이터 분석을 통한 어류 건강 및 기생충 관리, 폐쇄형 수조와 육상 양식을 활용한 바다 환경 보호, 해조류·곤충을 이용한 친환경 사료, 소비자 신뢰를 위한 국가 브랜드를 바탕으로 한다. 대표 기업은 세계 최대 양식 시스템 업체 AKVA그룹, AI와 레이저로 기생충 제거 시스템을 개발한 스팅레이마린솔루션(Stingray Marine Solutions), 어류 백신의 선두 주자 파마크(Pharmaq), 특수 카메라로 수산물 품질 측정을 자동화한 마리테크(Maritech) 등이다.

네델란드·노르웨이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하나. 그것은 정부가 농어업을 핵심 수출 산업으로 인식하고 과학적·합리적 정책을 장기적으로 추진하며 첨단 기술과 결합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세계적 농수산 전문 기업을 찾기 어렵다. 기업의 혁신 역량이 농어업에서 발휘될 기회가 부재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혁신적 농어업에 장애가 되는 모든 제도를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정부 사업은 기획, 예산 반영, 실행에 짧아도 3년이 소요된다. 이 과정에서 정책·담당자 변경도 빈번하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크고 작은 기업의 혁신 역량과 농어업을 빠르고 유연하게 결합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매년 1000억 원, 총 1조 원 조성 조항은 2027년 1월이 일몰 시한이다. 이제 무역 이익 공유가 아니라 농어업 선진국을 목표로 시한 연장, 농수산물 수입 관세 활용 등 재원 확충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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