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미국에 내란이 일어난다. 3선 금지 헌법을 무시하고 장기집권을 시작한 대통령은 반대하는 국민들에게 공습을 명령한다. 이에 분리독립을 선언한 저항군은 대통령의 정부군에 맞선다. 두 진영은 전국 곳곳에서 무력 충돌한다. 무차별 폭격과 총격 등이 이어지면서 전 국토가 폐허로 변해간다.
2024년 4월 개봉한 ‘시빌 워: 분열의 시대’의 줄거리다. 디스토피아 액션 스릴러 영화로 가상의 미국 내전을 담았다. 내전의 책임자인 대통령을 인터뷰하기 위해 전쟁터를 누비는 기자들의 눈을 통해 내부 갈등이 초래하는 참상과 공포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디스토피아(Dystopia)는 유토피아(Utopia)의 반대 개념으로 반(反)이상향이다. 현대사회의 부정적인 측면이 극단화한 암울한 미래상을 말한다. 부정의 뜻을 갖는 디스(Dys)와 장소를 의미하는 토피아(topia)의 합성어이다. 나쁜장소를 가리키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
디스토피아 사회에선 권력의 감시, 사상 통제, 언어 조작 등으로 인간의 자유와 존엄이 심각하게 침해된다. 해서 현실의 어두운 단면을 진단하고 미래에 대한 경고를 하기 위해 쓰이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담론과 문화 콘텐츠에선 IMF 경제위기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3일은 ‘12ㆍ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1주년이 되는 날이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23분경 윤석열 전 대통령은 전격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뜬금없는 야밤의 계엄 선포는 온 국민을 충격과 공포에 몰아넣었다.
국격 추락은 물론 헌정사에 길이 남을 흑역사도 남겼다. 그야말로 민주주의 체제를 일시에 붕괴시키는 ‘내란 디스토피아’가 아닐 수 없다. 다행히 비상계엄은 6시간 만에 해제됐다. 국회의 발빠른 대응, 시민의 단호한 저항, 계엄군의 소극적 행위 등의 덕분이다.
▲지난 1년간 우리는 ‘내란 사태’를 평화적으로 극복해왔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법과 정의 시스템이 무너지고 극단적인 분열과 갈등이 빚어지는 디스토피아적 현실을 경험했다. 국가 내부의 극심한 분열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3일 계엄 1년을 맞아 국민의 노고를 기억하는 내용의 특별 담화를 발표한다. 이어 외신 기자회견을 열어 ‘K-민주주의 회복’을 국제사회에 천명한다. 과연 이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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