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스케줄 F

2024-11-13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맞은 2019년 1월, 백악관 국내정책위원회의 제임스 셔크 특별보좌관은 미국 연방 법률을 뒤지느라 여념이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정책에 사사건건 훼방을 놓는 공무원들을 해고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찾기 위해서다. 마침내 그는 법전 5편에서 ‘기밀, 정책 결정, 정책 수립 또는 정책 옹호적 성격의 직위로 결정한’ 정부 직원을 고용 보호에서 면제한다는 내용의 7511조 조항을 발견했다. 셔크는 비밀리에 정부 변호사 등과 행정명령 작성에 착수했다. 신분이 보장되는 일반직 연방 공무원 중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들을 새 정무직 범주인 ‘스케줄 F’로 재분류해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규정한 행정명령 13957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10월 21일 ‘스케줄 F’로 불리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2주 뒤 트럼프의 대선 패배로 유명무실해진 스케줄 F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3일 만에 폐기됐다.

잊혀졌던 스케줄 F가 내년 1월 ‘트럼프 2기’ 출범과 함께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의 스케줄 F 부활 예고에 연방 공무원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좌파 성향의 기득권 관료들을 적대시하는 트럼프 당선인이 스케줄 F와 ‘정부효율부’ 수장 내정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앞세워 자신과 뜻을 달리하는 공무원들을 대량 해고하고 입맛에 맞는 지지자들로 교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스케줄 F 적용 대상은 5만 명가량으로 추정되지만 일각에서는 수십만 개 직위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미국의 정무직은 4000명가량이다. 1883년 연방 공무원을 시험으로 뽑도록 한 ‘펜들턴법’이 제정된 지 142년 만에 미 공직 사회가 ‘엽관제’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기 내각을 ‘충성파’ 측근들로 메우고 있는 트럼프가 하위 기관 공무원들까지 자신의 지지자들로 교체한다면 대내외 정책 폭주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더 독해질 ‘트럼프 2.0’에 전략적 대비를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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