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푸른 생선하면 고등어·꽁치·삼치가 떠오른다. 그중 삼치가 가장 크다. 삼치는 최대 110㎝까지 성장한다고 알려져 있다. 삼치는 몸이 칼처럼 길쭉해 자동차만큼 빠른 속도로 물속을 헤엄친다. 고등어의 유영 속도가 시속 60∼70㎞인데 삼치는 그런 고등어를 잡아먹는다.
2006년 부경대학교 해양과학공동연구소에서 남해 삼치의 식성에 대해 연구한 바에 따르면 멸치 같은 작은 크기의 생선은 통째로 삼키고 갈치·꽁치·고등어 같은 비교적 큰 생선은 날카로운 이빨로 잘라 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치는 고등어에 비해 따뜻한 바다를 좋아한다.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바다에서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 따뜻한 물을 찾아 바닷가로 와서 산란한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최근 고등어 어획량은 줄고 삼치 어획량이 늘고 있다. 고등어는 15℃ 내외에서 서식하기 좋은 반면 삼치는 28℃ 이상의 고수온에서도 잘 버티는 어종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원래 남해에서 많이 잡히던 삼치의 서식지가 서해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삼치라는 이름의 어원은 정확히 알려진 게 없다. 지역에 따라 삼치를 망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아마도 삼치를 한자로 쓰면서 생긴 이름으로 추측된다. 조선 정조 때 서유구가 지은 책 ‘난호어목지’에는 “물고기 잡는 사람들은 즐겨 먹지만, 사대부는 그 이름을 싫어해서 잘 먹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 이름에 ‘망한다’는 뜻의 ‘망’자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역시 음식 맛을 잘 아는 건 책상머리에 앉은 사대부보다 바닷고기를 낚는 어부였던 듯하다. 겨울에 기름이 잘잘 흐르는 삼치를 이름 탓하며 안 먹으면 나만 손해다. 삼치는 늦가을부터 봄까지 월동 준비를 위해 먹이를 더 많이 잡아먹고 체내 지방을 축적해 지방 함량이 다른 계절보다 1.4배 높다.
삼치는 고등어보다 수분이 많고 조직이 부드러워 소화가 잘된다. 단백질 함량도 높고 등 푸른 생선인 만큼 지질 중에 DHA·EPA 같은 오메가-3 지방산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노인이 먹기에도 좋은 생선으로 영양적 면에서도 고령친화식품이라고 할 만큼 가치가 높다. 2022년 국립수산과학원은 삼치를 고온·고압 가열해 조직을 더 부드럽게 한 간편식 개발을 위한 연구를 발표하기도 했다.
겨울 삼치는 회로 먹기도 하지만 구워 먹으면 고소한 맛이 좋다. 붉은살 생선인데도 담백하며 달콤한 맛이 나고 비린내가 적은 편이어서 코스에서 메인 요리로도 종종 사용된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근처에 있는 박준흠 셰프가 운영하는 흠식당에서는 삼치의 지방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대삼치를 구워 돼지감자 퓌레, 구운 주키니호박과 함께 낸다. 바로 쓰면 살이 너무 연해 부서질 수 있어 소금을 쳐서 살짝 말린 다음 구워낸 삼치 맛이 눈을 감고 먹으면 마치 흰살생선처럼 느껴진다. 생선뼈 육수, 화이트 와인에 버터를 졸여 유화시킨 뵈르블랑 소스와 잘 어울린다. 집에서 구워 먹는 삼치 맛과는 또 다른 먹는 재미가 있다. 익숙한 식재료로 맛보는 새로운 즐거움이다.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