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사회는 그동안 해양 플라스틱 오염을 주로 '환경 문제'로 다뤄왔다. 연안 환경이 나빠지고 바다 생태계가 훼손되며 해양생물이 피해를 보는 문제로 여겼을 뿐 해양 플라스틱 오염이 지구 전체 기후 시스템에 영향을 끼치고 있거나 끼칠 수 있다는 인식은 제대로 갖지 못했다.
최근 나온 기후 및 해양과학 연구는 해양 플라스틱 오염이 단순 쓰레기 문제가 아니라 기후위기를 더 빠르게 악화시키는 중요한 위험 요인임을 알려주고 있다. 플라스틱에 의한 해양 오염은 기후위기와 분리해서 볼 수 없는 문제다. 이유는 바다가 지구 기후를 조절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바다는 매년 약 90억∼100억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이는 인간 활동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약 4분의 1에서 3분의 1에 해당한다. 바다가 흡수한 탄소는 식물 플랑크톤에 의해 고정되고, 이를 먹이로 하는 동물 플랑크톤과 심해 생태계를 거쳐 깊은 바닷속으로 이동해 장기간 저장된다. 이 같은 탄소 이동과 저장 과정을 '생물학적 탄소 펌프(Biological Carbon Pump)'라고 하는데 이는 지구 기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핵심 메커니즘이다.
문제는 해양에 널리 퍼진 크고 작은 플라스틱이 생물학적 탄소 펌프의 작동을 여러 단계에서 방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미세 플라스틱은 우리 눈에는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지만 바다 속 플랑크톤에는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존재다. 식물 플랑크톤 표면에 달라붙은 미세 플라스틱은 광합성을 저해하고 이로 인해 식물 플랑크톤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은 감소한다.
동물 플랑크톤은 식물 플랑크톤을 먹고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동물플랑크톤 배설물은 심해로 가라앉아 저장된다. 하지만 동물 플랑크톤이 미세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섭취할 경우, 배설물이 가라앉는 속도는 현저히 느려지거나 아예 가라앉지 않고 바다 속을 떠다니게 된다.
잘피를 비롯한 해초는 플라스틱 오염 환경에서 생장이 저해되고 탄소를 저장하는 능력도 약해진다. 여기에 더해 강한 햇빛을 받은 플라스틱은 메탄, 에틸렌 같은 온실가스를 방출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아직까지 이 같은 플라스틱 오염으로 인해 바다의 탄소 흡수 기능이 얼마나 감소했는지 정확하게 산정한 연구는 없다. 기후 정책 수립과 추진에 기준이 될 가장 중요한 수치가 비어 있는 셈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가정만으로도 상황은 심각하다. 플라스틱 오염으로 바다의 탄소 흡수 및 저장 기능이 10%만 약해진다고 가정해도 대기 중 탄소는 매년 2억6000만톤 이상 늘어난다. 이를 경제적 비용으로 계산하면 연간 약 57조원에 이른다.
이산화탄소 흡수·저장력이 높은 해역을 대상으로 플라스틱 오염도를 낮추고 생물학적 탄소 펌프 기능을 회복·강화했을 때 추가적으로 격리되는 이산화탄소 수치를 정량화하는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해양 플라스틱 감축은 단순 환경보호를 넘어 결국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것이다. 이는 기후위기 대응에 활용 가능한 실질적 자산을 창출하는 일이자 국가 경제와 직결된 전략적 선택이다.
현재 우리는 중요한 질문 앞에 서 있다. '플라스틱을 줄이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가' '해양생태계를 보호하는 일이 기후위기 대응의 해법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과학적 답은 앞으로 국제 기후정책 방향을 바꾸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해양 플라스틱 저감과 해양 생태계 보호에 관한 논의에서 우리나라의 역할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소속 연구원 4명이 미국 클래리베이트가 선정한 '2025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Highly Cited Researchers)'에 이름을 올렸다. 4명 모두 환경과 생태 분야 연구자로 우리나라가 해양환경과 미세 플라스틱 연구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음을 입증한 사례다.
해댱 연구원을 포함해 KIOST는 해양 미세 플라스틱 분포와 이동,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꾸준히 연구해 왔고, 이 연구들은 국내외 정책 수립에 있어 중요한 과학적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해양 플라스틱 오염과 문제 해결을 위한 우선 과제는 분명해졌다. 해양 플라스틱 오염이 바다의 탄소 순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정확하게 수치로 밝혀내는 일이다. 이어서 플라스틱 감축이 실제 얼마나 큰 탄소 감축 효과를 가져오는지 평가하고, 이를 국가와 국제 사회 온실가스 감축 전략에 반영해야 한다.
해양 생태계 복원과 연안 정화, 미세플라스틱 저감 정책을 기후정책과 함께 추진하는 새로운 정책적 틀도 필요하다. 국제 기후협약과 탄소시장 논의에서 해양 생태계의 중요성과 그 역할을 적극적으로 알려 공유하고 국제 의제로 삼아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 해양 플라스틱 오염은 해양 쓰레기나 개별 국가의 환경보호 분야만의 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해양 플라스틱을 포함해 플라스틱 문제는 기후 위기 대응은 물론 미래 산업 경쟁력 확보, 그리고 국제협력 차원에서 풀어야 할 국가 전략 과제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기후 위기를 늦추고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막대한 기후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일이다.
바다는 인류가 저지른 기후 위기를 오랫동안 강력하게 늦춰온 제어 시스템이다. 이 기능이 더 이상 흔들리지 않도록 지키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이다. 바다를 지키는 일은 곧 지구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며, 그 해답은 과학에 있다.
이희승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 hslee@kiost.ac.kr
〈필자〉 1965년생으로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유기화학 석·박사를 받았다. 2000년 한국해양연구원(현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에 들어와 해양생명공학연구센터장, KIOST스쿨장, 부원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5월 제12대 원장에 취임했다. KIOST에서 해양생물자원 연구로 약 120편의 논문을 출판했고 40여건의 특허 등록을 바탕으로 기술이전 등 다양한 성과를 거뒀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교수, 한국해양바이오학회장, 부산시 과학기술진흥위원회 위원을 맡는 등 대외 활동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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