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더 이상 선택의 영역이 아니다. 2025년이 기술 도입을 서둘렀던 해라면 올해는 산업 근간을 흔드는 '거대한 전환'의 본 궤도에 올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AI는 누군가에게는 위기의 시작이지만 준비된 자에게는 산업 지형을 바꿀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다. 뉴스웨이는 올해 '신년기획'을 통해 업계가 마주한 AI 현황을 파악하고 각 산업 현장에서 치열하게 전개되는 생존 전략을 심층 진단한다.
#1. 이제 생산라인의 박 대리는 예전처럼 부품 상자를 직접 옮기지 않는다. AI가 실시간 재고를 파악해 '조립용 나사가 10개 남았네?'라고 판단하면, 물류창고에 있던 자율주행 카트가 사람을 피해 요리조리 운전해 박 대리 바로 옆까지 부품을 배달해준다.
Quick Point!
AI와 로봇, IoT, 빅데이터가 제조·조선 현장 혁신 주도
스마트 공장·스마트 조선소로 산업 패러다임 전환 가속
인력난 해소와 미래 생존 전략으로 AI 도입 확산
#2. 최 소장은 요즘 현장보다 사무실에 앉아 모니터를 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사람 대신 드론이 배 주위를 윙윙 돌며 사진을 찍으면, AI가 수만 장의 데이터를 분석해 '3번 구역 왼쪽 윗부분에 육안으로 안 보이는 미세 균열이 의심됨'이라고 표시를 해준다.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이 기술과 산업의 패러다임을 통째로 바꾸고 있다. 자동차·철강·조선 등 국내 2차 산업 현장 곳곳에서는 이미 AI와 로봇,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을 통한 구체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과거의 공장이 단순히 기계가 물건을 찍어내는 공간이었다면, 미래의 생산 현장은 AI가 판단하고 로봇이 실행하는 스마트 공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성장 한계에 직면한 제조업계에서 이런 변화는 인력난을 해소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먹거리'로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 됐다.
'엔비디아와 깐부동맹' 현대차그룹, AI 패러다임 변화 '신호탄'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2년을 기점으로 내연기관 중심의 사업 구조를 전기차(EV)로 빠르게 전환하며 패러다임 변화의 신호탄을 쐈다.
하지만 최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시선은 단순한 '전동화' 그 이상을 향하고 있다. 이제는 차량을 하나의 달리는 컴퓨터로 만드는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체제로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올해 현대차그룹은 중대한 기로에 섰다. 지난해 국내 수입차 판매 1위를 기록한 테슬라가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로 한국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공습에 현대차그룹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테슬라에 비해 다소 늦었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솔직한 발언은 내수 시장에서도 자율주행 격차가 체감된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칼바람'이 불었던 연말 인사에서 연구개발(R&D) 본부와 자율주행 기술을 총괄해 온 AVP 본부 수장을 모두 교체한 것 역시 SDV 전환 속도를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그만큼 미래차를 위한 체질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의미다.
현대차그룹은 테슬라처럼 카메라 중심 기술로 전환하며 자체 개발 중인 자율주행 AI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로보택시 부문에서는 웨이모와의 합작사 '모셔널'을 통해 기술을 축적하고 있으며, 내년 하반기에는 자율주행 AI 적용 차량을 공개하고 2027년 '레벨2+' 수준 차량을 출시할 계획이다.

정의선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깐부회동'으로 대표되는 엔비디아와의 피지컬 AI 기술 협력은 현대차그룹의 미래차 전략에서 고출력 엔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정 회장은 "엔비디아와의 협력 강화는 AI 기반 모빌리티와 스마트 팩토리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도약"이라며 "양사는 첨단 기술 개발을 넘어 대한민국 AI 생태계를 공동 구축해 혁신을 가속화하고, 인재 육성과 글로벌 AI 리더십 확보까지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 블랙웰 기반 AI 팩토리를 바탕으로 핵심 인프라를 구축해 차량 내 AI, 자율주행, 생산 효율화, 로보틱스를 상호 연결된 단일 생태계로 통합할 계획이다.
특히 로봇 계열사인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성장세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 속에서 현대차그룹은 최근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에서 올해 미래차 전략의 방향성을 보여줬다.
업계에서는 2년 만에 CES를 찾아 차세대 전동식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하고 첫 시연에 나선 현대차그룹이 올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활용해 AI 로보틱스 생태계를 확장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투자를 넘어선 '생존 전략'···K-조선에 부는 AI 바람
조선업 호황과 함께 불어닥친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 조선업계도 AI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중국의 거센 추격과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MASGA) 등 대외 변수가 겹친 상황에서 조선·해양 분야 피지컬 AI를 선점해 초격차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지난해 말 국내 조선업계 양강인 HD현대와 한화오션은 마스가 프로젝트 훈풍을 타고 향후 5년간 조선·방산·스마트조선 분야에 총 26조원 투자를 예고했다.
미국 공동 건조·기술 협력은 물론 MRO(정비·유지·보수) 사업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생산 기반의 고도화가 산업 전반의 핵심 과제로 급부상함에 따라 생산 기반 확충과 기술 고도화 등 국내 조선업계의 투자 전략도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시장에서는 디지털 조선소 경쟁이 단순 설비 고도화를 넘어 향후 시장 판도를 가를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I 기반 설계·생산 통합 역량이 공정 효율, 원가 경쟁력, 납기 속도 등 핵심 지표를 좌우하게 되면서 기업 간 격차도 더 뚜렷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AI 투자는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수주 경쟁력을 좌우하는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AI가 곧 생존'이라는 조선업계를 관통하는 구조적인 변화는 "중국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이 한국을 빠르게 따라오고 있다"는 최근 정기선 HD현대 회장의 발언에서 그 위기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러면서 "AI를 기존 산업 현장에 빠르고 정밀하게 적용해 제조업 원가를 낮추고 선박 연비를 개선하는 등 실질적인 성과를 조속히 만들어내야 한다"며 "현장의 문제를 AI로 해결하고 눈에 보이는 경쟁력을 만들어내는 속도에서 우리가 앞서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스마트 조선소 전환 경쟁···생산성·수익성 '상승'
최근 국내 조선업계는 AI와 로보틱스를 앞세운 '스마트 조선소' 전환 경쟁에 돌입했다. 단순히 제조 현장에서 자동화 수준을 넘어 AI를 기반으로 로봇이 스스로 환경을 이해·판단하고 직접 조작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HD현대는 '미래형 조선소(FOS·Future of Shipyard)' 프로젝트를 통해 2030년까지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1단계에서 설비·공정·자재 흐름을 실시간 파악하는 '눈에 보이는 조선소'를 완성했고, 2026년까지 AI·머신러닝으로 공정 배치와 자원 투입을 예측·최적화하는 2단계를 추진한다.
여기에 그룹사인 HD현대로보틱스와 협력해 조선용 정밀 용접 휴머노이드도 개발 중이다. AI와 로봇 기술을 결합해 작업 효율과 안전성을 높이고 숙련 기술 공백에도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화오션도 거제조선소에 약 3000억원을 투입해 스마트 야드를 구축하고 있다. 드론·사물인터넷 센서를 활용해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용접·가공 로봇을 투입해 생산 자동화율 70%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AI 기반 드론 계측 시스템, 자동화 검사 플랫폼, 설계–생산 데이터 통합 체계를 적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가운데, AI 흘수 계측 기술은 기존에 사람이 수작업으로 진행하던 측정을 드론이 영상 촬영하고 AI가 분석해 30분 이내에 처리하는 방식으로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다.
한화오션은 미국 필리조선소에도 스마트 야드 기술을 적용해 북미 MRO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업계 최초로 선박 설계 데이터의 통합·자동화를 구현하는 S-EDP를 구축한다. 2030년까지 설계 자동화율을 두 배 이상으로 높이고, 설계·구매·생산 전 과정을 하나의 데이터 체계로 연결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삼성중공업은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조선용 로봇 개발·사업화' 협력 체계를 구축하며 AI 탑재 용접 로봇, 이동형 양팔 로봇, 사족 로봇 등 현장형 로봇 자동화 개발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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