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尹과 첫 통화에서
선박 및 MRO 협력 요청
"미국, 조선 분야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 높게 평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선박 건조 및 유지·보수·정비(MRO) 분야와 관련한 한국 협력을 공개적으로 요청한 가운데 해당 분야를 고리로 양국 결속력이 강화될 거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 '귀환'에 따른 위기의식이 불어나고 있지만, 기회 요인을 적극적으로 포착해 국익 강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견제 사활 건 미국
한국과 협력 필요성 커져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한미 방산협력 현주소와 발전 방향'을 주제로 국민의힘 강대식·김성원·유용원 의원실이 의원회관에서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윤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한국 조선업과 함정 MRO 관련 언급을 했다"며 "쉽게 얘기하면 '별의 순간'을 만들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일 윤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미국 조선업계가 한국 협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며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 선박 수출·보수·정비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분야에 대해 좀 더 윤 대통령과 이야기하기를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을 '부자 나라(money machine)'로 일컬었던 트럼프 당선인의 '동맹 갈취'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방산협력을 매개로 한미동맹 교집합이 확대될 수 있다는 평가다.
강환석 방위사업청 차장은 "올 초 미 해군성 장관과 고위 인사들이 한국 조선소 시설을 둘러봤다"며 "우리 조선소의 디지털 설계·관리 시스템을 보고 상당히 감탄했다. '미국에 그대로 적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강 차장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 등) 동맹국과 협력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조선 분야에서는 한국을 방산협력 대상으로, 전략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군수지원함이나 유조함 MRO 사업 수주를 시작으로 미국과 다양한 방산협력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화오션은 최근 미 7함대가 발주한 함정 MRO 사업 2건을 모두 수주한 바 있다.
RSF 정책 발표한 미국
지난달 발족한 PIPIR 협의체서
MRO 공동의장국 맡은 한국
중국 견제에 국력을 집중하고 있는 미국은 인태 지역에 대한 군사적 관여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공급망 및 MRO 관련 문제로 골머리를 썩여왔다.
특히 미 본토를 벗어나 먼바다를 누비는 함정이 늘어남에 따라 유연하고 탄력적 MRO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이수억 방사청 북미지역협력담당관(해군 대령)은 "미국이 제조업 인프라를 '풀가동'하고 정비 등 자체 수용이 부족한 분야에 대해선 한국을 비롯한 동맹 및 우방국의 협력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그중에서도 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동맹·우방국 간 협력이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전 세계 각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군사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운영·유지 능력을 분산시키는 '지역 거점 운영·유지 체계(RSF)' 정책을 올해 초 발표한 바 있다.
이 담당관은 "미국이 자국 공급망 확보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정책과 동맹 및 우방국의 니즈가 맞아떨어져 인태 지역을 중심으로 방산협력이 구체화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현재 세계 각국이 머리를 맞대고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관련 맥락에서 지난달 8일 발족한 '인태 지역 산업 기반 회복을 위한 파트너십(PIPIR)' 협의체에는 △인태 지역의 대한민국·일본·필리핀·싱가포르·호주·뉴질랜드 △북미 지역의 미국·캐나다 △유럽 지역의 독일·이탈리아·네덜란드·리투아니아·스웨덴 등 총 13개국이 참여했다.
이 담당관은 PIPIR의 4개 분과 가운데 "가장 가시성이 좋다고 할 수 있는 MRO 분야에서 미국과 공동의장직을 수행하게 됐다"며 "RSF의 정책을 기반으로 MRO 절차를 정립하고 제한 사항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을 이끌어내려 한다"고 말했다.
올해 내 체결 무산된 RDP-A
내년 체결 목표로 한미 협의 지속
일각에선 최근 급부상한 K-방산을 견제하는 방산 강국의 움직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기 성과에 함몰되지 않도록 안정적 사업 여건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올해 내 체결이 무산된 미국과의 '국방 상호조달 협정(RDP-A)'을 빠르게 매듭짓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는 평가다.
최병로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은 "MRO사업과 같이 미국 방산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해선 외국산 방산제품에 50%의 비용을 할증하는 등의 '미국산 우선구매법(Buy American Act)'을 넘어서야 한다"며 "우리 정부가 RDP-A 체결을 준비하고 있고, MRO를 위한 미 방산기업의 지식재산권 사용 등의 요구사항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도 "양국(한미)의 안정된 공급망 구축 차원에서 국방 상호 조달협정 체결을 적극 추진해 양국 방산협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한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워싱턴 펜타곤에서 제56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가진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내년까지 RDP-A 체결을 목표로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