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슬비 궂은 날씨도 집어삼킨 우승의 환희··· 잠실이 들썩였다

2025-11-02

2년 만의 통합 우승, 그 기쁨을 만끽하기 위한 LG팬들이 잠실 구장을 가득 메웠다. 1일 잠실에서 열린 LG의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 IN 잠실’ 행사에 2만2000명 만원 관중이 들어찼다. 예매표 2만1500장이 예매 개시 5분 만에 ‘완판’됐고, 나머지 현장표 500장도 행사 시작 1시간 전에 일찌감치 다 팔렸다. 31일 대전 원정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LG는 잠실에서 홈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즐거움을 나누기 위해 이날 행사를 열었다.

선수들이 행사 시작부터 경기장 입구에 자리를 잡고 팬들에게 우승 기념 노란색 응원 수건을 돌렸다. 베테랑 불펜 김진성은 “팬분들이 고생 많았다는 말씀을 제일 많이 해주셨다”고 말했다. 전천후 내야수 구본혁은 “제 유니폼 입은 팬들이 많이 보여서 기분이 더 좋았다. 팬분들이 ‘머리 퍼머 바로 잘 어울린다’ ‘잘 생겼다’고 하시더라”고 웃었다.

그라운드 위 도열한 선수들이 팬들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LG 트윈스 우승 감독 염경엽입니다”라고 인사한 뒤 “오늘 이 자리까지 오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해주신 건 우리 LG팬들이다. 팬들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박해민도 “LG 트윈스 우승 주장 박해민”이라고 자기소개 후 “팬분들이 우승해줘서 감사하다고 하셨는데, 응원해 주셔서 오히려 저희가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한국시리즈 후일담을 나누는 ‘미니 토크’ 시간이 이어졌다. 4차전 승리 후 박해민의 눈물이 화제가 됐다. 박해민은 “팬들께 인사드릴 때까지만 울었다. (문)보경이가 너무 놀려서 눈물이 쏙 들어가더라”고 웃었다. 입담 좋기로 소문난 임찬규는 “제가 마이크를 잡고 나대야 하는 건데 야구를 못 해서 그러지를 못하겠다. 그래도 팬들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웃었다. 임찬규는 한국시리즈 2차전 선발로 나섰지만, 3.1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다. 하지만 LG가 2차전 역전승에 이어 우승까지 해내면서 아무래도 좋은 추억으로 남길 수 있게 됐다.

선수들은 팬들을 위해 즉석 이벤트를 마련했다. 예정에 없던 이색 청백전을 열었다. 야수가 마운드에 오르고, 투수가 방망이를 잡았다. 좌타자는 우타석에, 우타자는 좌타석에 들어섰다. 임찬규, 박동원 등 베테랑들이 즉석에서 아이디어를 냈다.

‘임찬규팀’과 ‘박해민팀’으로 나눠 4이닝 경기를 벌였다. 임찬규팀 선발투수로 포수 박동원, 박해민팀 선발투수로 유격수 오지환이 나섰다. 요니 치리노스와 김현수가 각각 마스크를 썼다.

박해민팀 장현식이 1회말 큰 파울 홈런을 쳤지만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후속 김진성은 오지환의 투구에 공을 맞았지만 쳐서 나가고 싶은 욕심에 ‘안 맞았다’고 손사래를 쳤다. 심판 겸 진행을 맡은 LG 구단 매니저가 “나가세요, 나가세요”라며 상황을 정리했다.

임찬규팀이 5-4로 이겼다. 우타자로 나간 천성호가 2타점 장내 홈런을 쳤다. 중견수 문보경의 머리 위를 넘기는 타구를 쳤고, 홈까지 서서 들어왔다. 감독 겸 유격수로 팀 승리를 이끈 임찬규는 “상대 빈틈을 잘 파고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찬규는 이날 유격수 자리에서 슬라이딩 캐치 등 여러 차례 호수비를 펼쳤다.

선수들은 샴페인과 맥주를 서로에게 끼얹으며 전날 우승의 감격을 다시 만끽했다. LG 선수들은 전날 대전에서 우승 확정 후 ‘샴페인 샤워’를 바로 하지 않고 이날로 미뤄뒀다. 김현수, 박해민, 오지환 등을 시작으로 선수들은 내·외야의 팬들에게 달려가 샴페인을 끼얹으며 함께 웃었다.

3시간 동안 이어진 행사는 레이저쇼로 끝을 맺었다. 모든 조명이 꺼지고 새카만 잠실 구장 잔디 위로 LG 로고 등 레이저 불빛이 빛나고 팬들의 ‘떼창‘과 함께 흥겨운 음악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리고 팬들을 위한 깜짝 선물이 있었다. 응원단상 위에서 치어리더들과 춤추던 마스코트 인형이 탈을 벗었다. 환하게 웃는 김현수의 얼굴이 탈 속에서 나왔다. LG 구단은 “김현수가 팬들에게 깜짝 인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현수의 등장에 팬들 모두 환성을 질렀다. FA가 되는 그를 향해 팬들이 “재계약”을 연호했다. 김현수는 “감사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팬들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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