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년 전 미국에서는 유전자분석 업체 '23앤드미'(23andme)가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타액 샘플을 회사에 보내 유전자를 등록하기만 하면 유전자가 비슷한 가족과 친척을 찾아주는 서비스로, 이를 통해 헤어진 가족뿐만 아니라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가족이 다시 만나게 된 사연도 다수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자매 칼리와 애비게일 브라운 역시 2023년 2월 당시 유행하는 23앤드미에 DNA 정보를 등록했다.
그 결과 두 사람은 뜻밖에도 이복자매가 있다는 연락을 받게 됐다. 20대가 되어 처음 마주한 자매의 이름은 카르멘 토마스(28). 아버지 조 브라운이 젊은 시절 가진 딸이었다.
이복 자매가 재회했을 당시에는 아버지 조가 이미 세상을 떠난 이후였다. 브라운 자매는 아버지가 없는 상황에서 카르멘과 재회를 망설였지만, 결국 만나기로 했다. 세 사람은 함께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됐다.
그러나 두 달 뒤, 돌연 카르멘은 브라운 자매를 상대로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브라운 자매가 아버지의 배상금을 나누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세 사람이 재회한 지 한 달만인 2023년 4월, 브라운 자매와 어머니 크리스틴은 아버지 조의 죽음과 관련해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조가 건강에 이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았으나 병원이 대동맥류를 진단하지 못해 치료 시기를 놓쳤다는 주장이다.
배심원단은 브라운 가족의 손을 들어줬고, 병원이 이 가족에게 2880만달러(약 423억원)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 결과를 전해 들은 카르멘은 자신 역시 조의 딸이기 때문에 배상금을 분배하라고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브라운 가족의 변호사인 조셉 립치츠는 뉴욕포스트에 “카르멘은 (승소 이전부터) 가족에게 가스비, 음식비, 술값을 지급해달라고 요구하며 재정적, 정서적으로 가족을 착취하려고 했다”며 “또한 메시지에 답하지 않으면 스스로를 해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카르멘은 배상금을 나눠 받지 못했다. 조가 사망한 시점으로부터 5년이나 지난 이후 소송을 걸었다는 점이 브라운 가족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사례를 들어 “미국 내 많은 주에서 유언장이나 신탁이 없는 경우 상속 재산에 대한 청구권이 유전학적 요인에 따라 결정된다. 유언장이 있더라도 '내 후손에게'라는 흔한 문구는 같은 결과를 낸다”며 “이렇게 되면 예상지 못한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