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돌고래·고래에서 전례 없는 수준의 영원한 화학물질 검출

2025-12-01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바다 표면 아래 깊은 곳에 서식하는 고래와 돌고래도 독성 화학물질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심해 고래류에서까지 전례 없는 수준의 PFAS(퍼·폴리플루오로알킬물질)가 검출되면서, 인간이 만든 이른바 ‘영원한 화학물질’이 해양 생태계 전반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호주 울런공대학교(UOW) 해양척추동물생태연구소의 카타리나 피터스(Katarina Peters) 박사는 뉴질랜드 마시대학교의 주도로 진행된 이번 국제 공동연구에 참여했다. 연구팀은 논문 제목을 아예 “숨을 곳이 없다: 해양 서식지는 이빨고래류(오돈토세테스)의 PFAS 오염을 좌우하지 않는다(No place to hide: Marine habitat does not determine per- and polyfluoroalkyl substances (PFAS) in odontocetes.)”라고 붙였다.

연구진은 그동안 과학계에 널리 퍼져 있던 가정, 즉 심해 서식지가 인간이 만든 PFAS 오염으로부터 어느 정도 보호막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인식을 정면으로 뒤흔들었다.

피터스 박사는 “고래와 돌고래는 자신이 살아가는 생태계를 잘 반영하는 지표종으로 여겨진다. 우리는 주로 깊은 바다에서 먹이를 찾는 향유고래 같은 종이, 해안에 가까운 곳에서 오염원과 더 맞닿아 있는 헥터돌고래 등에 비해 PFAS 수준이 낮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라며 “그러나 분석 결과를 보면 PFAS로부터 숨을 곳은 정말 없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 저널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실렸다. 연구 결과는 인간이 만들어낸 PFAS가 해양 포유류의 장기적인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이 물질이 바다 생태계에 남기는 ‘보이지 않는 유산’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다시 한 번 일깨운다.

PFAS는 기름·물·열에 강한 특성 때문에 코팅제, 발수 제품, 소방 폼 등 수많은 산업·생활 제품에 사용돼 왔다. 환경에서 잘 분해되지 않고 먹이사슬을 타고 생물체에 축적되며, 면역·내분비·생식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고래류를 포함한 야생동물뿐 아니라 인간의 건강에도 직접적인 우려를 던진다.

연구팀은 뉴질랜드 해역에서 이빨고래와 돌고래 16종, 총 127개체의 조직을 수집·분석했다. 연안에 사는 헥터돌고래부터 심해를 오가는 향유고래에 이르기까지 서식 수심과 생태가 다른 다양한 종이 포함됐다.

특히 뉴질랜드 고유종인 헥터돌고래와 부리고래 3종 등 16종 가운데 8종은 전 세계적으로 PFAS 오염 수준이 처음 평가된 사례다. 그만큼 이번 연구가 해양 포유류의 ‘PFAS 지도’를 그리는 데 중요한 기초 자료라는 의미다.

연구자들은 종, 성별, 나이, 서식 깊이와 먹이 활동이 이 ‘영원한 화학물질’의 축적에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면밀히 살폈다.

이번 연구는 UOW, 마시대학교, 마나키 위누아–랜드케어리서치(Manaki Whenua – Landcare Research), 오클랜드대학교, 시드니공과대학교(UTS), 호주박물관 등이 참여한 트랜스-태즈먼(호주–뉴질랜드) 협력연구의 성과다.

연구진은 다양한 해양 서식지에 사는 여러 고래·돌고래 종을 한꺼번에 비교 분석함으로써, PFAS가 특정 연안 혹은 특정 수심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강조한다.

피터스 박사는 “고래와 돌고래는 이미 기후변화, 먹이 자원 감소, 선박 충돌, 소음 공해 등 여러 스트레스 요인에 동시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PFAS 같은 만성 오염 물질이 더해지면 개체 건강과 개체군 유지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라며 “이번 연구는 해양 포유류 보전 정책과 화학물질 관리 정책에서 PFAS 문제를 훨씬 더 심각하게 다뤄야 한다는 경고 신호”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더 많은 종과 지역에서 PFAS 축적 실태를 파악하고, 개체·개체군 수준의 건강 영향 평가, 인간·해양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장기적 리스크 분석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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