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이 국내 정치권과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대북 접촉을 시도한 정황이 29일 확인됐다. 이런 내용은 3212쪽에 달하는 ‘TM(True Mother, 한학자 총재) 특별보고’에서 주기적으로 나타난다. 이 보고엔 대북 자금과 관련된 사항도 포함됐다.
“北 선물 노 비서실장 통보”…文 청와대 접촉 의혹

중앙일보가 확인한 특별보고에 따르면 통일교는 2020년부터 2022년 3월 9일 대선께까지 대북 접촉을 시도해 남북 평화서밋을 추진했다. 1991년 성사된 문선명·한학자 총재 부부 방북 30주년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2022년 2월 한반도 평화서밋에서 북한 측 인사를 초청하겠다는 계획으로 “대통령 선거에 어떻게든 캐스팅 보드를 잡겠다”(2021년 9월 23일)는 내용도 특별보고에 적시됐다.
특히 통일교 측이 북한과 관련해 문재인 청와대 라인과 접촉한 정황이 특별보고에 담겼다. 2020년 1월 20일 특별보고에서 “VIP 비서실장(26일)”이라는 문구가 등장했고, 23일엔 “VIP 비서실장(1월 26일 오후 2시로)”이라고 시간까지 적혔다.

1월 30일과 2월 1일 특별보고엔 “북한 선물 노비서실장 통보”라고 썼다. 당시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노영민씨였다. 통일교 측이 “진보는 노 전 실장 등과 연을 만들었다”(정원주 전 총재 비서실장·이신혜 전 통일교 재정국장 메시지) 등 친분이 있다고 자체 평가한 인물이다.
또한 청와대 인사와의 만남으로 추정되는 “BH 미팅 : 3월 3일”이 2020년 2월 보고됐다. “대북 스타트”라는 대목도 같은해 7월 11일 특별보고에서 등장했다. 다만 실제 미팅 성사 여부는 기록되지 않았다.
노 전 실장은 ‘북한 선물’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다. 접촉 경위에 대해선 “통일교 측이 해외 정상급 인사가 참여하는 국제행사를 개최하겠다고 하고, 방역 지침 완화에 관한 면담을 요청했다”며 “방역에 관해선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의사를 표명한 사실 외에 따로 만나거나 통화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일본 통해 “北 합동 공연으로 한학자 방북 추진”

“북한에 2019 월드서밋 초청장” “박상권 (평화자동차) 사장 연락” 등 직접적인 접촉 외에도 통일교가 해외 국가를 통해 북한과 접촉한 정황이 특별보고에 담겼다. 대북 접촉에는 정부 허가가 필요한 만큼, 이를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통일교가 일본을 통해 한 총재 방북을 추진한 대목도 특별보고에 담겼다. 일본 통일교 간부는 2018년 10월 11일 “일본 조총련 소속 금강산 가극단에 (통일교의) 리틀엔젤스와 같이 어떤 형식으로든 같이 이벤트로 공연한다. 그 토대 위에서 리틀엔젤스의 북한에서의 두 번째 공연의 길을 연다”는 추진 사항을 보고했다. 이어 “그 흐름으로 참어머님께서 북한에 들어가신다고 하는 것까지도 시야에 넣는다”고 했다. 같은해 8월에는 “2004년 7월 4일 참부모님 지시로, 한국 정부와 연결하는 민단 조직과 조총련을 화합·통일시키는 조직을 창설했다”고 보고했다.

또 통일교의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IAPP)을 앞세워 ‘마다브 쿠마르 네팔’ 전 네팔 총리 등이 2017년 8월 방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대사가 네팔 외무부 장관을 만나 북한 방문을 취소 요청했다. 미국·일본 정부가 알게 되는 등 민감한 사안” 등 우려에도 방북을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9월 23일엔 “북한 국회에서 (세계평화국회) 의원연합을 창립했다”며 “김정은의 생모인 김정숙, 북한 수상격인 김영남, 김일성대학 총장을 만났다”고 보고됐다.
다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생모는 고용희로, 2004년에 사망했다. 보고 내용대로 네팔 정치인들이 방북해 북한 간부들과 회동한 사진은 존재했다. 러시아와 호주를 통해 대북 사업을 추진한 정황도 특별보고에 있었다.
“특별예산, 북한 및 대선(500)”

대북 관련 자금으로 추정되는 사항도 특별보고에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실제 자금이 집행됐는지와 구체적인 실행법은 특별보고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2021년 11월 26일부터 2022년 3월 17일까지의 특별보고에는 “특별예산, 북한 및 대선(500)”이라는 항목이 기재됐다. 당시 통일교는 한반도 평화포럼에 북한 인사 초청을 현안 과제로 삼고 있었다.

해당 행사에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과 면담했는데, “미국이 마치 윤 후보를 지지하는 것과 같은 모습을 연출하는 방법으로 선거를 도왔다” 등 특검이 정교일치 항목으로 판단한 행사다. 펜스 전 부통령 50만 달러(당시 5억9800만원) 등 포럼에 참석한 인사들에게 사례비 명목으로 거액이 지급된 내용이 특별보고에 담기기도 했다.
“어머님 활동보고 내용 북한 공유 필요성 : 위원장 서신 및 1억불(현대 5억불)”이라는 내용도 한 총재 방북이 추진된 2018년 6월 특별보고에 적혔다. 이는 대북송금을 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2003년 대북송금 특검 수사 결과, 김대중 정부 시절 남북 정상회담 성사와 현대그룹의 대북사업 대가로 현대그룹이 ‘5억 달러(4억5000만 달러+현물 5000만 달러)’를 북한에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찬규·손성배·정진호·오삼권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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