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수십억씩 대미 관세 낼판" 수도권 車부품기업의 비명

2025-05-26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Ford)와 제너럴 모터스(GM)에 엔진 부품을 수출하는 경기 안산의 H사 임원은 미국 트럼프 2기 관세 위기를 한 마디로 이렇게 정리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임원은 “전체 매출의 30%가 북미 수출인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아래 수출자가 수입통관 관세 등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DDP(Delivered Duty Paid·관세지급인도조건)로 계약을 맺은 상태”라며 “이미 지난 3일부터 적용된 10% 관세 부담을 진 채 물건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소재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들이 미국 관세 정책에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기아자동차 공장이 있는 경기도엔 지난해 상반기 기준 자동차 부품업체가 1638곳으로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많다.

1987년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H사는 파트너사와의 협상에 난항을 겪으며 부품을 선적해 보낼 때마다 사실상 10% 단가 하락 불이익을 감내하고 5월 한 달을 견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시각) 수입산 자동차 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한 후폭풍이다. 상호관세 10%를 부과하는 90일 유예 기간이 소득 없이 도래하면 수출 납품대금의 1/4을 오롯이 미 관세 당국에 내고 물건을 보내야 한다.

미 관세 정책에 대응해 경기도는 지난달 3일 ‘트럼프 관세 대응 TF(전담조직)’을 가동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같은 달 11일 그레첸 휘트머 미국 미시간 주지사를 만나 자동차 관세 공동대응을 제안했다.

공동대응 주요 내용은 자동차산업 상생을 위한 협의체 구성, 한국 부품기업과 미시간주 소재 완성차 3사(GM, 포드, 스텔란티스) 대화 채널 개설, 미시간주 진출 한국 자동차부품 기업 등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 경기도 주최 미래모빌리티테크쇼에 미 완성차 기업 참여 등이다.

부품 기업의 미국 진출을 위한 현장 답사도 오는 6월 24~29일 예정돼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수정된 포고문을 통해 미국에 완성차 생산시설을 가진 자동차 제조업체에 오는 2026년 4월 30일까지 완성차 가격의 15%에 해당하는 부품에 대한 관세를 면제하는 등 일부 완화 조치를 발표한 데 따른 대응이다.

미 관세 정책의 직간접 영향권 아래 있는 중소기업엔 경기신용보증재단을 통해 500억원 규모의 긴급 특별경영자금을 지원한다. 현재까지 90개사에 399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선 담보 여력이 있는 기업만 특별경영자금을 빌려줘 당장 발등에 불 끄기 급한 기업은 배제됐다는 불만이 나왔다.

현대·기아자동차 2차 협력사인 평택 소재 자동차 엔진용 부품 제조업체 관계자는 “금융기관에서 여력 있는 기업에만 긴급 자금을 지원하면 정말 어려운 중소기업은 어쩌란 말인가”라며 “코로나19로 반년, 자동차 반도체 수급 문제로 또 반년을 보내면서 물속에 잠겨 대롱으로 숨만 쉬는 상황에 관세 리스크까지 터져 너무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한국지엠 공장을 둔 인천 부평주안국가산업단지와 남동산단 소재 자동차 부품 협력업체 511곳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지난 2022년 11월 한국지엠 부평2공장이 가동을 멈추면서 불황을 맞은 중소 업체들에 미 관세 리스크는 존폐 위기로 작용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현대·기아·한국지엠·KG모빌리티·르노삼성 등 완성차 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1차 협력사 235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미 관세 정책에 따른 국내 자동차 부품 수출기업 역량 조사’ 설문을 진행 중이다. 피해 실태를 면밀히 조사해 중앙정부에 대책을 촉구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방제욱 조합 전무이사는 “지난해 미국에 수출한 자동차 부품액 82억 달러(11조1880억원)에 단순 계산 식으로 25% 관세를 붙이면 20억 달러(2조 7300억원)를 관세로 내야 한다”며 “FTA가 무효가 된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완성차, 부품업체, 정부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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