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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인공지능(AI) 기본법 하위법령 마련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플랫폼 기업들은 AI경쟁력 확보보다 규제준수에 과도하게 자원을 투입하게 될 상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생성형AI에 기반해 운용되는 것이 명백한 상황에서도 고지 의무를 따라야 하는 등의 불필요한 의무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 국내 주요 플랫폼 기업들이 '최소 침해 원칙'을 강조하고 나섰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토종 플랫폼 기업은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AI 기본법 하위법령 마련 시 업계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아 하위법령 정비단에 전달했다.
이들은 제31조 '인공지능 투명성 확보 의무'와 제32조 '인공지능 안전성 확보 의무' 등에 있어 의무 면제 유형을 제안했다. 사전 고지 의무에 대해 투명성이 이미 확보됐거나 확보해도 별 실익이 없는 경우 면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물 생성에 보조적으로 사용되거나 데이터를 실질적으로 변경하지 않는 경우, 이용자가 피해 우려가 극히 낮은 콘텐츠 등에는 이용사실 표시 의무를 면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업들은 투명성이 확보됐음에도 일률적으로 규제를 적용하면 AI경쟁력 확보에 자원을 투입할 여력이 사라지는 것을 무엇보다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 법의 취지가 인공지능 활용으로 인한 오인 발생 및 피해를 줄이고자 한다는 점을 고려해 일부 상황에선 규제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자칫 과도한 규제가 AI 애플리케이션(앱)이나 AI를 활용한 콘텐츠를 개발하는 영세 스타트업에게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점도 지적했다. 특히 아직까지 표시 방식, 기술 등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은 기업의 우려를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EU AI Act 50조 1항에서도 '합리적으로 잘 알고 있고, 관찰력이 있으며, 신중한 자연인의 관점에서 명백한 경우'는 사전 고지 의무 면제 대상이다.
제 32조 안전성 확보 의무 관련, 법 적용 기업 범위에 대해서는 인공지능 '개발' 사업자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용' 사업자는 이미 개발된 인공지능을 활용할 뿐이기에 설계·개발에서 파생되는 위험관리체계를 사전 구축하는 데에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기본법에는 인공지능 이용 사업자까지도 수범 대상에 포함돼 있다.
이외에도 콘텐츠 사업자 제외 의견도 나왔다. 콘텐츠산업 진흥법 등 개별법을 통해 규율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의 사용 맥락 및 상황, 고지 등을 통해 보호할 수 있는 법익 등을 살펴봐야 한다”며 “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예외 없이 고지 및 표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최소침해 원칙을 벗어난 과도한 규제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