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대규모 생산 시설을 구축하겠다는 엔켐(348370)의 계획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엔켐이 미국의 배터리 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미 행정부 및 주 정부 등과 협의해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9선 경력의 존 사베인스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은 16일 충남 천안에 위치한 엔켐 공장을 둘러본 후 이같이 밝혔다. 사베인스 전 의원과 김창준 한미연구원 이사장(전 미 연방하원의원)을 비롯한 전직연방의원협회(FMC) 소속 전직 미 하원의원 7명과 가족들은 한미연구원이 주최하는 ‘제8회 미국 전직 연방의원 초청 프로그램’을 통해 방한해 엔켐 사업장 등을 찾았다.
엔켐은 방문단을 대상으로 선제적 생산 거점 확장 전략을 발표했다. 변은창 엔켐 미국전략총괄 대표는 “엔켐은 미국 내 확고한 생산 역량을 기반으로 단순 소재 기업을 넘어서 북미 배터리 산업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하겠다”면서 “전기차뿐만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ESS)에도 전해액이 필수적으로 공급되는 만큼 현지 투자를 크게 확대해 미국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책임지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해액이란 배터리 내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리튬이온의 이동을 가능하게 해 배터리 충전과 방전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소재로 에너지산업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크다. 중국이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지만 북미 시장에서는 일찍이 현지 생산에 나선 한국 기업들이 중국의 진출을 막아 에너지 안보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2012년 설립된 엔켐은 국내 주요 2차전지 소재 기업 중 하나로 북미 시장에서 지난해 기준 전해액 시장 점유율 53%를 달성하며 1위 사업자로 올라섰다. 현재 가동 중인 연간 생산능력 10만 5000톤 규모의 미 조지아주 공장 외에 테네시주 등에 신규 투자를 검토 중이다. 104만 ㎡ 규모인 조지아주 공장은 현지 시장에 진출한 국내 배터리 기업은 물론 일본 파나소닉 등에 공급한다.
전직 의원들은 엔켐의 발표를 듣고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을 견제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질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변 대표는 “미국의 중국 견제로 한국 기업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미국 정부가 중국 배터리 기업의 경우 투자 보조금을 받지 못하도록 정책을 시행 중인데 이러한 기조가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엔켐의 미국 시장 안착을 위해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화답했다.
글로벌 전해액 수요는 10년간 3배나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 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차전지 전해액의 수요는 2024년 142만 톤에서 2035년 446만 톤까지 연평균 약 11%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인공지능(AI) 발전에 따른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나며 ESS 시장도 급성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