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조 원 규모의 연기금 투자풀을 운용할 주간운용사 자리가 다시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손에 돌아갔다. 올해 처음으로 증권사에도 응찰 자격이 부여되면서 ‘첫 증권사 진입’ 가능성이 주목됐으나 KB증권은 고배를 마셨다.
14일 조달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전날 정성평가(프레젠테이션)와 가격평가를 합산한 결과 미래에셋운용과 삼성운용을 차기 연기금 투자풀 주간 운용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평가 총점은 미래에셋운용이 95.18점으로 1위, 삼성운용이 93.82점으로 2위를 기록했으며 KB증권은 92.99점으로 3위에 그쳤다. 이변이 없는 한 두 운용사는 내년부터 2029년까지 4년간 연기금 투자풀 자금을 공동 운용한다.
연기금 투자풀은 국민·사학·공무원 연금 등 각종 연기금과 공공기관이 운용하지 않는 여유자금을 한데 모아 민간 주간사가 대신 굴리는 제도다. 공공자금의 효율적 관리와 운용 수익 제고를 목표로 2001년 도입됐다.
올 6월 말 기준 투자풀의 총 수탁고는 68조 2618억 원이다.
기획재정부는 올 8월 주간운용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내고 세 곳(미래에셋·삼성운용, KB증권)으로부터 제안서를 접수했다. 세 업체 모두 정량평가를 통과해 최종 프레젠테이션 심사 대상에 올랐다.
관심을 모았던 증권사 첫 진입은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KB증권은 이번 입찰 참여를 위해 일반사모집합투자업 인가를 새로 취득하고, 수개월간 금융당국과 협의 끝에 운용 자격을 확보했다. 그러나 기존 운용사에 비해 투자풀 관련 실적(트랙 레코드)이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운용 규모와 경험 면에서 기존 대형 자산운용사들과의 격차가 여전히 크다”며 “증권사 참여는 의미 있는 시도였지만, 실적 검증이 부족했다는 점이 평가에서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연기금 투자풀은 운용 실적뿐 아니라 공공성, 리스크 관리 체계 등 다양한 요소가 종합 평가된다”며 “증권사 진입이 무산됐지만 시장 경쟁 구도에는 분명 변화를 예고한 셈”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