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 확정 예정이었지만 내년으로 넘어갈 듯
심사 통과시 자문 서비스 넘어 IRP 투자도 가능
현물이전·디딤펀드 출시…업계 전략 수정 불가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퇴직연금을 운용할 수 있는 투자일임 서비스 지정이 내년으로 밀릴 것으로 보이면서 로보어드바이저(RA) 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심사가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 디딤펀드 출시 등 벌써부터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당초 이달 초 지정 여부가 확정될 것으로 기대됐던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퇴직연금 투자일임 서비스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이 내년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7월 정부는 연금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투자 가능 상품이 제한돼 있었던 로보어드바이저의 투자일임 서비스를 퇴직연금으로까지 확대 개방하겠다고 발표하고 지난 9월 관련 기업의 참가 신청을 받았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투자전문가(Advisor)의 합성어로 AI가 알고리즘에 따라 주식·채권·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군에 배분해 투자해 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현재 로보어드바이저는 퇴직연금 투자와 관련해 포트폴리오 제시 등 자문형 서비스는 가능하지만 매수·매도 등 일임 서비스는 불가능하다. 이번에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될 경우 개인형퇴직연금(IRP) 대상으로 일임 상품 등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번 혁신금융서비스가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의 성장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했다. 당장은 개인형IRP만 허용되지만 향후 확정기여형과 확정급여형까지 서비스가 확대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미국에서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의 절반 이상을 로보어드바이저가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수익률이 양호하다는 측면에서 퇴직연금 시장의 ‘메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코스닥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에 따르면 중장기 투자에 적합한 위험중립형 RA 알고리즘의 올해(지난 23일 기준) 평균 수익률은 8.52%로 벤치마크인 코스피200(-10.43%)을 크게 웃돌았다.
다만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관련 심사가 지연되면서 로보어드바이저 업계의 손발이 묶인 가운데 이미 퇴직연금 시장은 금융사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최근 퇴직연금 현물이전 환승 시장이 열리면서 증권사들은 다양한 강점을 내세워 고객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된 지 1달 만에 300여 개 계좌와 1000억원의 자산을 수관했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도 퇴직연금 현물이전 금액이 2000억원이 넘어섰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산운용사들도 ‘디딤펀드’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퇴직연금 시장 공략에 나선 상황이다. 디딤펀드는 ‘간단한 분산투자’, ‘단단한 연금준비’를 목표로 출시한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공동 브랜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9월 디딤펀드가 출범한 이후 지난 23일까지 25개 상품에 대한 개인투자자 순유입액은 25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은 연내 혁신서비스 지정으로 예상하고 다른 금융권과 협업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었다”며 “심사 기간이 지연되면서 관련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늦게 시장에 진입할수록 점유율 경쟁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