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밸류체인 강화"…'전력·로봇·칩' 박정원 회장의 미래구상 완성

2025-12-17

두산그룹이 세계 5위의 웨이퍼 생산 기업인 SK실트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두산의 반도체 사업 밸류체인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에너지·전력, 피지컬 인공지능(AI) 및 로봇, 반도체를 3대 핵심 축으로 삼아 중화학 기업에서 첨단산업 기업으로 대전환을 시도하는 두산그룹의 체질 개선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SK는 17일 SK실트론 지분 매각 우선협상자로 두산그룹을 선정하고 이를 통보했다. 당초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가 유력 인수 후보로 떠올랐지만 가격을 놓고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협상이 지연됐다. 그러다 두산그룹이 SK실트론 인수에 관심을 보이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탔고 양 그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속도를 내게 됐다.

실제 인수로까지 이어진다면 두산은 명실상부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강자로 도약할 수 있게 된다. 두산은 이미 그룹의 전자BG(비즈니스그룹)를 통해 반도체 패키징의 핵심 소재인 동박적층판(CCL)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하이엔드 CCL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2022년 인수한 국내 1위 테스트 전문 기업 ‘두산테스나’가 시스템 반도체 후공정 분야를 책임지고 있다. 아울러 전략적투자자로 참여한 반도체 설계 기업 세미파이브와의 협력 가능성을 고려하면 두산은 ‘설계-웨이퍼 제조(전공정 소재)-패키징 소재(CCL)-테스트(후공정)’로 이어지는 반도체 생태계의 핵심 고리를 모두 확보하게 된다. 전공정과 후공정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만큼 고객사인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칩 제조사와의 협상력을 높이고 공정 최적화 및 원가 경쟁력 확보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박정원 회장이 추진해 온 ‘3대 신성장 동력’을 완성하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는 과거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과 두산인프라코어(현 HD현대인프라코어) 등을 중심으로 한 ‘중후장대’형 기업 이미지에서 완전히 탈피한다는 의미다. 두산은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과 가스터빈을 위시한 ‘에너지·전력’ 부문, 두산로보틱스를 앞세운 ‘피지컬 AI, 로봇’ 부문, 그리고 이번 SK실트론 인수로 방점을 찍은 ‘반도체’ 부문 등 미래산업 지형을 이끌 3대 축을 확고히 했다. 이는 경기 변동에 민감한 기계 산업 의존도를 낮추고 고부가가치 첨단산업 중심으로 수익 구조를 재편하겠다는 박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나아가 업계에서는 SK실트론 인수와 관련해 두산의 반도체 밸류체인이 더욱 강화되면서 신사업 간 강력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컨대 AI 데이터센터를 매개로 반도체와 전력을 공급하는 에너지 솔루션 사업 간 협력이 가능하고 피지컬 AI와 로봇 사업 역시 반도체 부문과 기술적 결합이 필수적인 만큼 각 사업들은 서로에 우군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만큼 두산은 SK실트론 본실사를 진행해 SK와 최종 가격 및 조건 등에 대해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협상 과정에 큰 변수가 없다면 내년 초에는 주식매매계약(SPA)이 체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최종 결정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SK실트론 매각은 기업가치를 둘러싼 이견과 최태원 회장 지분의 사후 처리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거론돼 왔다. 업계에서는 SK실트론의 기업가치를 부채를 포함해 약 4조 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매각 대상인 지분 70.6%를 기준으로 할 경우 거래 규모는 2조~3조 원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두산과의 거래 대상에 최 회장의 보유 지분(29.4%)이 포함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SK실트론 매각에 착수할 당시 SK 측은 최 회장 보유 지분은 매각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두산과의 협상에서는 이를 포함시키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거래 대상 지분이 100%로 확대될 경우 거래 규모는 기존 전망치보다 한층 커지고 가격 눈높이도 달라질 수 있다.

문제는 최 회장 지분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인데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조만간 최 회장과 박 회장이 직접 만나 협상의 물꼬를 틀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 지분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없는 만큼 두산이 해당 지분까지 포함해 SK실트론 지분 전량을 인수한다고 하더라도 시장 안팎에서 인정할 수 있는 가치 평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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