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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풋볼리그(NFL) 선수들 사이에서 체스 열풍이 불고 있다. 전략을 세우고 상황을 예측하는 능력이 중요한 미식축구와 체스의 공통점을 인식한 선수들이 취미와 경기력 향상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고 CNN이 27일 전했다.
NFL 선수들이 체스를 즐기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2022년 슈퍼볼을 앞두고 신시내티 벵골스 쿼터백 조 버로우가 체스를 두는 장면이 포착됐다. 테네시 타이탄스 코너백 치도베 아우지에도 체스를 통해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이 향상됐다고 밝혔다. 그는 “경기 전, 선수들이 자리를 잡는 순간이 체스의 초기 포석과 같다. 플레이가 시작되면 그때부터는 실행 단계로 넘어간다. 체스적 사고가 필요하지만, 일단 경기가 시작되면 미식축구 그 자체로 변화한다”고 미식축구와 체스의 유사성을 설명했다.
NFL 내 체스 열풍은 조직적인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온라인 체스 플랫폼 ‘체스닷컴(Chess.com)’은 현역 및 은퇴한 NFL 선수들이 참가하는 체스 대회를 운영하고 있다. NFL 필름스가 다큐멘터리로 제작할 정도로 관심을 모으고 있을 정도로 인기다. 올해 4회째를 맞이한 이 대회는 우승자에게 3만 달러 상금이 주어진다.
대회는 NFL 전설적인 와이드 리시버 래리 피츠제럴드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체스 애호가인 그는 체스닷컴의 최고 체스 책임자(CCO) 대니 렌쉬와 협력해 선수들을 대회에 초대했고, 이후 아마리 쿠퍼, 아우지에 등의 적극적인 참여로 2022년 첫 대회가 성사됐다. 대회는 해를 거듭할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우승자인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세이프티 저스틴 리드는 2022년 챔피언 아우지에를 꺾고 우승했다. 아우지에는 “타이탄스 팀 내에서도 체스에 관심을 갖는 선수들이 점점 늘고 있다. 과거에 즐겼던 선수들도 다시 체스를 배우고 있다”며 체스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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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를 통해 미식축구에 도움이 되는 요소를 찾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쿼터백 제일런 허츠는 체스를 활용한 경기력 향상 훈련을 받고 있으며, 이러한 트레이닝 방식은 뉴욕타임스, 애슬레틱, LA타임스 등에서 집중 조명한 바 있다. 체스닷컴의 렌쉬는 “체스를 하다 보면 자신의 전략에 집착하는 실수를 범하는데, 이는 NFL에서도 마찬가지다. 순간적인 반응과 정확한 판단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체스와 스포츠의 연관성은 농구에서도 확인된다. 댈러스 매버릭스 루카 돈치치는 유명한 체스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빅터 웸반야마는 뉴욕 워싱턴 스퀘어 공원에서 팬들과 체스를 두기도 했다. 데릭 로즈는 “심지어 드레이크 콘서트에서도 체스를 뒀다”며 자신의 체스 사랑을 드러냈다. 렌쉬는 “체스는 풀 수 없는 퍼즐 같으면서도, 언제나 최선의 수가 존재하는 게임”이라며 “그 최선의 수를 찾는 과정이 어렵고 도전적이기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체스에 빠져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미식축구 선수들에게 체스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도구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