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토론에서 성폭력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9일 대학가를 찾자 분위기는 반으로 갈렸다. 이 후보를 지지하는 학생들이 유세 연설을 듣는 동안 다른 한 켠엔 이 후보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고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인근에서 유세에 나섰다. 지난 27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성폭력 발언을 여과없이 전해 논란을 빚은 뒤 이뤄진 첫 대학가 유세다.
이 후보가 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학생들은 이 후보의 발언을 인용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가 도착할 무렵이 되자 안암역 2번 출구부터 고려대 정경대 후문까지 이 후보를 보러 온 학생들이 가득 찼다.

이 후보가 도착하자 일부 학생들은 ‘이준석’을 연호하고 휴대폰 카메라로 이 후보의 모습을 담았다. 이 후보는 유세 중 논란이 된 TV토론 발언에 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미래세대를 위한 연금개혁을 주장하고 여야 간 연금개혁 합의를 “기성세대의 매표 야합”이라고 비판했다. 조용히 유세를 지켜보던 일부 학생들은 박수를 치고 환호했다.
유세가 끝난 후 이 후보와 사진을 찍으려는 학생들이 긴 줄을 섰다. 일부 학생들은 기자에게 “TV토론 발언의 전달 방식엔 이견이 있을 수 있는데 (검증 차원에서) 적절했던 것 같다” “그렇게까지 욕 먹을 일인가. 이준석한테 화살이 가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 후보를 보기 위해 모인 학생들이 이룬 50m 가량의 행렬에서 여학생은 10여명에 그쳤다.

이 후보의 방문을 비토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유세 현장과 인접한 정경대 후문 게시판에는 ‘이준석을 환영하지 않는다. 대학생·청년의 이름을 함부로 팔지 마라’ ‘혐오가 판치는 대선, 우리가 멈춰야 한다. 대선토론에서 이준석의 언어 폭력 규탄한다’ 등의 대자보가 붙었다.
일부 학생들은 이 후보의 유세 도착 직전 정경대 후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약자들에 대한 혐오표현을 남발하고 사람들이 비판했던 윤석열의 모습을 이번 선거에서 다시 보고 있어 정말 안타깝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한 여학생은 기자에게 “(이 후보의 발언에) 분노와 수치심을 느꼈다”며 “내가 속한 집단인 여성에 대한 혐오가 당연한 정치의 수단이 됐다는 점이 우려가 많이 된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유세가 시작되자 또 다른 학생들은 유세 현장 바로 옆에 ‘이준석의 공개적 언어성폭력을 규탄한다. 우리 안의 이준석을 돌아보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기습으로 붙였다. 이 후보의 유세를 지켜보던 학생들 사이에선 ‘사유지 아니냐’는 반발도 나왔다. 한 남학생은 연설 도중 이 후보를 향해 욕설을 하며 유세 현장을 지나치기도 했다.
한국기자협회의 ‘성폭력·성희롱 사건 보도 참고수첩’과 경향신문 ‘젠더 보도 가이드라인’은 성폭력 가해 방법에 대한 자세한 묘사와 선정적 표현 등을 지양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경향신문은 이준석 후보 발언의 맥락만 전하고 해당 발언의 구체적 내용을 기사에 직접 인용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