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 활용법

2025-03-13

지난해 9월 추석 연휴였다. 지나던 싼리툰 공인(工人) 체육관에서 대형 콘서트가 열리고 있었다. 6년 만에 베이징에서 열린 미국 팝스타 머라이어 캐리 콘서트였다. 그렇다고 한미령(限美令)이 해제됐다는 미국 언론보도는 보지 못했다.

반년이 흘렀다. 중국이 먼저 문화산업 개방을 말한다. 5일 리창 총리가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겠다”라며 “인터넷과 문화 등 분야의 질서 있는 개방을 추진하겠다”라고 했다. 유튜브·페이스북·카카오톡 등을 꽁꽁 틀어막은 중국이 문화를 인터넷과 함께 개방하겠다고 한다. 수위는 짐작할 만하다.

한국은 반응이 달랐다. 지난달 관련 주가가 먼저 반응했다. 언론은 한한령(限韓令) 해제를 말한다. 지난 7일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17’이 개봉되자 같은 보도가 이어진다. 2016년쯤 한한령 시작과 한국행 단체관광을 금지한 뒤 찔끔찔끔 푸는 살라미 행태에 시혜인양 매달린 쪽은 한국이었다.

그 사이 한국의 문화 산업은 체급이 달라졌다. 중국을 대체할 세계 시장을 개척한 K팝은 BTS, 블랙핑크 등을 월드클래스로 키워냈다. 드라마도 비슷하다. K드라마는 중국이 금지한 넷플릭스가 세계 OTT 시장을 석권하는 데 일조했다. 세계 81억 인구에서 중국을 제외한 67억 시장을 풍미했다. 중국 시청자도 ‘어둠의 경로’를 찾아 즐겼다. 한한령이 빚어낸 ‘중국을 넘어’, 즉 ‘비욘드 차이나’ 현상이다.

이제 중국에서 실리를 되찾을 때다. 그사이 중국 문화시장도 정치·경제·사회적으로 크게 변했다. 한한령 이전 한국 드라마 제작사의 캐시카우였던 중국 OTT는 빈사 상태가 됐다. 플랫폼 경제 규제와 숏폼 위주로 재편된 시장 탓이다. 드라마 판로가 쪼그라들었다. 영화는 애국주의 영화만 흥행이 허용된다. 영상 콘텐트가 PPL 매출까지 끌어올리던 선순환 시대는 지나갔다.

해법은 없을까. 지난달 21일자 한 홍콩 신문의 한한령 사설에 힌트가 보인다. 한한령이 완화되면 한동안 홍콩이 독점해온 ‘콘서트 경제’가 입을 타격을 우려했다. ‘독점 시장’은 발전을 막을 뿐이라며 본토와 경쟁해야 업계가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이제 K팝은 중국에서 콘서트 경제를 일으키고, 8년 넘게 축적한 K드라마는 스마트폰에 밀려 빈사 상태인 2000여 중국 지방 방송국의 시청률 회복을 도울 수 있다. 중국은 올해 문화를 내수의 핵심 엔진으로 꼽았다. 검증된 K팝과 K드라마 조합으로 중국 1~3선 도시의 내수를 돕는다면 한·중 모두 윈윈이 될 수 있다. 중국이 화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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