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과 'WTO'가 사라진 최초의 공동선언 남긴 경주 APEC

2025-11-01

트럼프 행정부 관세·보호무역주의로 달라진 현실 반영

직접 언급없이 자유무역 강조한 "프트라자야 비전 지지"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의 중요성을 언급하지 않은 최초의 공동선언을 남기고 1일 종료됐다.

이날 21개 회원 정상들이 본회의에서 채택한 회의 결과물인 '경주 선언'에는 WTO라는 단어가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일방적 관세 부과와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펴면서 세계무역 질서가 혼란에 빠지고 자유무역이 쇠퇴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물인 셈이다.

회원국들은 '자유무역'과 관련된 문안을 경주 선언에 넣는 문제에서 이견을 보여 문안 조정 작업에 진통을 겪다 회의 마지막날 발표를 몇 시간 앞두고 간신히 합의문을 내놨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주 선언이 이날 아침에 완성됐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문안 정리에 이견이 있었고 그 점에 대해 조정했다"면서 "큰 쟁점은 무역과 투자에 관한 챕터를 둘 것인지 여부"였다고 밝혔다.

역대 APEC 선언에는 WTO 규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었다. 지난해 페루 APEC 정상회의의 '마추픽추 선언'에서는 "우리는 WTO가 핵심을 이루는 규칙 기반의 다자 무역 체제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한다"고 명시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21∼2024년 APEC 정상회의 공동선언에도 이 표현이 나온다.

하지만 경주 선언에는 WTO 라는 단어 자체가 없다. 정상들은 경주 선언에서 '자유무역' 'WTO 규범' 등을 직접 적시하지 않고 '푸트라자야 비전 2040'과 그 이행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나아간다는 내용을 담았다. '푸트라자야 비전 2040'은 APEC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한 것으로 '자유 무역'과 "WTO 규범에 대한 우리의 지지를 재확인한다"는 내용이 있다.

정상들은 또 경주 선언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라며 "우리는 글로벌 무역체제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음을 인식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견고한 무역 및 투자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성장과 번영에 필수적이라는 공동 인식을 재확인한다"라고 했다.

경주 선언과 함께 채택된 APEC 외교·통상합동각료회의(AMM) 공동성명에는 "WTO에서 합의된 규범이 글로벌 무역 촉진의 핵심임을 인식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으며, 정상들은 경주 선언에서 이런 AMM 성과를 높이 평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정상들이 경주 선언에서 큰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잘 이행해 나가기 위해 AMM 공동성명에 세부적인 사항을 넣는 것으로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경주 선언은 국제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하는 가운데 21개 회원이 무역을 비롯한 주요 글로벌 경제 현안에 대해 포괄적 협력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내놨다.

opent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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