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국들 로보택시는 질주, 한국은 멈칫

2025-10-22

인공지능(AI)의 1강 미국과 2강 중국의 로보택시가 질주하고 있다. 지난해 자율주행 택시 시장 규모는 미국 80억 달러, 중국 120억 달러에 달했다. 올해는 미국이 다섯 배, 중국이 두 배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AI 3강’을 자처하는 한국의 시장은 ‘0원’이다.

미국은 구글의 웨이모, GM의 크루즈 등이 이끄는 민간 중심 시장이다. 웨이모는 올해 상반기 캘리포니아에서 운행 220만 건 이상을 기록했다. 중국은 로보택시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선허용, 후규제’ 원칙에 따라 바이두의 아폴로 고를 16개 도시에 투입했다.

웨이모와 재보험사 스위스 리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로보택시는 인간 운전자보다 주행 거리당 재산 피해 보상 청구 건수가 88%, 부상 관련 청구 건수는 92% 적었다. 로봇은 졸음운전·부주의·음주운전도 모른다. 진짜 장벽은 일자리 감소다. 하지만 일자리 지키기는 선택지에 없다. 고통스러운 전환을 감수하고 미래 산업을 잡을 것인가, 아니면 미루다가 모두 잃을 것인가.

로보택시는 ‘말을 만들어 파는’ 제조업에서 ‘스스로 뛰며 돈 버는 말’의 서비스 플랫폼으로 전환을 상징한다. 그 파급력은 일자리 감소의 충격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24시간 운행 로보택시는 자가용 소유의 종말을 앞당긴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이미 자동차보험료·세금·수리비·주차비를 합친 비용보다 로보택시 요금이 더 저렴하다. 교통량 감소 효과는 파리의 급진적 도심 차량 억제 정책보다 크다. 줄어든 주차 공간은 공원으로 바뀌고, 노인과 교통약자도 완전한 이동의 자유를 얻는다.

한국은 여전히 ‘온실 속 테스트베드’에 머물고 있다. 심야와 외곽에서만 허용하는 제한 운행으로는 핵심 데이터를 확보할 수 없다. 남은 길은 하나다. 조건부 조기 도입을 통한 신속한 국산화다. 글로벌 기업의 로보택시를 서울 도심에 투입하되, 국내 부품·소프트웨어 사용과 데이터 공유를 의무화해야 한다.

물론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가 할 일은 혁신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라, 혁신이 연착륙할 활주로를 닦는 것이다. 택시 면허 매입, 감차, 운전자 재교육과 전직 지원은 로보택시 도입을 막는 협상 카드가 아니라, 미래에 승선하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비용이다.

‘점진적 도입’이라는 뭉툭한 타협안으로 주저하는 사이 한국은 글로벌 플랫폼 산업의 데이터 실험장, 하청기지로 전락할 것이다. 말들이 뛰어다니게 해야 한다. 지금 당장. 로봇말이 달릴 운동장을 여는 결단, 그것이 ‘AI 3강’이라는 허울이 아닌 진정한 AI 강국의 증거가 될 것이다.

이수화 서울대 빅데이터혁신융합대학 연구교수·법무법인 디엘지 AI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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