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무쏘 EV' 신차발표회… 픽업트럭 '무쏘'로 통합
비용 줄이고, 헤리티지 잡고… '판매 효과'는 의문

KG모빌리티(KGM)가 작년 액티언에 이어 '무쏘'까지 되살리면서 쌍용차 DNA 이식 작업에 나섰다. 3년 전 사명 변경 당시 '페이드아웃' 방식으로 천천히 쌍용차를 지워가겠다고 했던 곽재선 회장의 다짐은 '페이드인'으로 완전히 뒤바꼈다.
야심차게 출시했던 액티언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낸 가운데 '무쏘' 브랜드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곽재선 KG모빌리티 회장은 5일 경기도 평택 KGM 본사에서 열린 '무쏘 EV 신차발표회'에서 "무쏘 EV는 회장으로 취임하고 최초로 사업 투자계획서에 승인한 차"라며 "쌍용차 시절부터 준비됐던 일이고, 무쏘 EV는 KGM이 바뀌고 이 차를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승인을 했던 차다.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는 아주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KGM은 이날 픽업 트럭 전용 브랜드를 '무쏘'로 명명하고, 국내 최초의 전기 픽업트럭인 '무쏘 EV'를 공식 출시했다. 이에 따라 기존 픽업트럭 모델이었던 렉스턴 스포츠와 렉스턴 스포츠칸 역시 '무쏘 스포츠'와 '무쏘 스포츠칸'으로 이름을 바꿔 단다.
'무쏘'는 1993년 쌍용자동차 시절 국내 시장에 출시됐던 정통 SUV다. 2022년에는 레저용 픽업트럭 '무쏘 스포츠'로 이어졌으며, 당시 국내 시장에서 튼튼한 고급 SUV로 통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바 있다.
무쏘를 되살리면서 KGM의 차량 라인업은 쌍용자동차가 소위 '잘 나가던 시절' 내놨던 모델명으로 도배됐다. 현재 전기차로 판매되는 '코란도'부터 작년 내놓은 신차 '액티언', 이미 오랜 시간 이름을 지켜온 '렉스턴'까지 한 자리에 모였다. 토레스가 사실상 가장 최근에 새로 지어진 모델명이 됐다.
곽 회장은 "액티언이라는 이름도 제가 소환했고, 무쏘도 제가 소환했다. 조금 불편한 액티언이었지만, 이제 더 좋은 액티언을 만들었고 조금 안예쁜 무쏘였을지 모르겠지만, 이제 예쁘게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라며 "점점 더 이 이름을 자랑스럽게 만들어나가겠다는게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명까지 바꿔달며 '새로운 자동차 회사'를 꿈꿨지만 쌍용차 시절 모델명을 고집하는 것은 '소비자 인식 전환'이 쉽지 않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과거 영광의 시절을 기억하는 현재 50~60대 소비자들은 여전히 '쌍용자동차'로 인식하고 있고, 젊은 층 사이 각인된 KG모빌리티의 경우 쌍용차 시절 영광을 알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쌍용차=KGM' 공식을 알리기 위해선 당시 골수팬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헤리티지'가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박경준 KGM 국내사업본부장은 "어떻게보면 레거시고, 어떻게보면 헤리티지인데, 결국 (모델명은) 저희의 무형 자산"이라며 "그걸 최대한 활용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당장 신차개발 비용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홍보비 절감을 위한 최선의 선택지이기도 하다. 신차개발 비용이 부족해 현재 토레스의 파생모델을 최대한 확대하는 전략을 펴고 있는 KGM으로선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이미 알려진 모델명을 사용함으로서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다만, 지난해 야심차게 출시했던 액티언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만큼 무쏘가 '과거 모델명 다시쓰기' 전략으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액티언은 작년 출시 직후인 9월 1686대, 10월 1482대로 순항했지만 11월 부터 693대로 급감한 이후 현재까지 월 1000대 이상 팔지 못하고 있다.
쌍용자동차와 KG모빌리티 사이 차별화를 두지 못하면서 '사명 변경'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으로 번질 여지도 있다. 쌍용차 당시 사라졌던 모델명을 되살릴 수록 쌍용차를 천천히 지워가면서 KG모빌리티를 시장에 안착시키겠다던 '페이드 아웃' 전략에선 멀어질 수 밖에 없어서다.
KGM은 헤리티지를 되살리는 동시에 올해 전기픽업트럭, 하이브리드차 등을 통해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모델명을 다시 쓴 것이 문제가 아니라 시장에서 원하는 '니즈'에 발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KGM은 오는 4월 토레스 하이브리드와 액티언 하이브리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박 본부장은 "새로운 이름을 만들어서 브랜딩을 하면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투입되고 시간도 많이 든다"며 "액티언 역시도 홍보에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았다. 다만 하이브리드에 대한 니즈를 못맞췄기 때문에 판매에 있어선 아쉬움이 조금 있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