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겪는 '중년의 위기'...탈출법은 '습관'에서 벗어나기[BOOK]

2024-11-29

룩 어게인

캐스 선스타인·탈리 샤롯 지음

이경식 옮김

한국경제신문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감이 바닥을 치는 정확한 나이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미국, 영국, 캐나다, 스웨덴에서는 40대 중반이고 인도, 프랑스, 독일, 아르헨티나에서는 50대 중반이다. 이러한 '중년의 위기'는 여성과 남성, 국가와 직업을 불문하고 나타나며, 70개국 이상에서 확인됐다.

『넛지』로 유명한 행동경제학자 캐스 선스타인이 인지신경과학자 탈리 샤롯과 함께 펴낸 신간 『룩 어게인』은 그 원인을 변화에서 찾는다. 변화가 멈추면, 즉 학습과 발전이 멈추면 우울증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습관화'에 대한 기존의 통념과 관점을 깬다. 그간 인간의 본성을 활용해 좋은 습관을 만드는 데 큰 관심을 기울여왔다면, 이제는 익숙함에서 벗어나 풍요로운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탈습관화'에 눈을 뜨라는 얘기다.

'인생 최고의 날'을 떠올려보자. 어떤 사람은 결혼식 날이나 취업에 합격한 날, 어떤 사람은 아이가 태어나던 날을 꼽는다. 그 멋진 하루를 다시 보낸다면, 아마도 매우 유쾌하고 신나고 행복할 것이다. 그런데 그날이 계속 반복된다면? '인생 최고의 날'이라는 지루한 타임 루프에 갇히게 될 것이다. 경제학자 티보르 스키토프스키는 "즐거움은 욕망이 불완전하고 간헐적으로만 충족될 때 생성된다"고 말한다.

왜 사람들은 그토록 습관의 함정에 빠질까. 나약하거나 소중함을 몰라서가 아니다. 습관화는 생존과 결부된다. 뇌가 예전과 다른 것에 우선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갑자기 나타나기 시작한 연기 냄새, 눈앞에 불쑥 나타난 사자 등에 더 반응하도록 진화됐다.

저자들이 알려주는 탈습관화는 의외로 간단하다.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물건을 사기보단 여행과 같은 경험을 권한다. 독서도 좋다. 워렌 버핏이나 빌 게이츠 모두 유명한 독서광이다. 꼭 무엇을 하지 않아도 된다. 상상력으로도 가능하다. 눈을 감고 당신이 살아가는 인생을 상상하되, 현재 살고 있는 집도 직업도 가족도 모두 없다고 가정해보라. 다시 눈을 뜨고 그 모든 것이 꿈이었다는 사실 자체가 새삼 감사하게 느껴질 수 있다.

탈습관화는 결핍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육상선수였던 딕 포스베리는 10대 시절에 자신이 낙오자라고 느꼈다. 높이뛰기 선수로 뛰려면 최소 1.5m를 넘어야하는데, 이 기준을 통과하기 어려웠다. 그는 경로를 바꾸었다. 직선으로 뛰지 않고, J자 모양의 경로를 따라 달려간 다음 배를 하늘로 향하는 자세로 뛰어올랐다.

처음에 사람들은 그가 뛰는 방식이 터무니없다고 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웃은 사람은 포스베리였다. 그는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그가 만일 전통적인 방식의 높이뛰기를 잘했다면 그 방식의 기술을 의심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탈습관화는 창의력을 높여준다.

저자들은 습관이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그저 루틴처럼 만성화될 때 우리의 삶에 얼마나 큰 위협이 되는지를 수많은 연구 결과와 실제 사례들을 엮어 흥미롭게 보여준다. 습관은 만드는 것도,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나 습관화된 일상을 다시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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