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즌 성적이 뽑기로 결정되는건 이상하지 않나요?” 외인 감독의 물음, 더 이상 미뤄선 안된다···한계 만난 V리그 외인 트라이아웃

2025-05-13

프로배구 V리그에 오는 외국인 사령탑에게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쿼터 선수를 선발하는 트라이아웃 제도는 신기하면서도 흥미로운 제도다.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한국 프로배구에서만 시행하는 제도라서다.

V리그는 외국인 선수 제도를 출범 다음 시즌인 2005~2006시즌(남자부)부터 도입했다. 여자부는 다음 시즌인 2006~2007시즌부터 시작했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선수 선발이 각 구단의 자율에 맡겨지는 자유계약제였다. 그러다가 여자부는 2015년, 남자부는 2016년에 현 제도인 트라이아웃 제도로 전환됐다. 2023~2024시즌부터 도입된 남녀부 아시아쿼터 역시 트라이아웃으로 뽑는다.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제도가 도입한지 11년, 이제는 배구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져 대세가 되고 있다. V리그에서 두 번째로 트라이아웃을 경험한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은 “구슬 운에 따라 시즌 팀 구성과 방향성이 정해진다는게 이상하다”고 했다.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행사는 V리그와 구단, 에이전트 등 관계자가 150여 명이 유럽 현지로 넘어가는 대형 이벤트다. 선수들이 많이 올 수 있는 유럽 등 지역에서 개최하고, 선수 초청 비용도 부담하며 행사 예산만 5억원이 넘는다. 그러나 그만큼의 성과가 나오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배구 관계자 대부분이 부정적이다.

매년 쓸만한 선수가 많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지난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끝난 남녀부 트라이아웃에서는 14개 구단의 지명을 받은 8명(남녀부 각 4명)이 V리그 경험자였다. 지난달 끝난 아시아쿼터 드래프트 때도 지명된 14명 가운데 V리그 경험자가 10명이나 됐다. 김상우 삼성화재 감독은 “트라이아웃 제도가 점점 한계가 온다고 본다. 결국 뽑을 선수는 3~4명 뿐”이라며 “몇몇 수준급 선수들이 신청했지만 결국 취소하지 않았나. 선수 후보군이 조금 나아졌다지만 여러 개선점이 보인다”고 했다.

남자부의 경우, 최고 연봉은 (2년차)55만달러지만 한 단계 아래 레벨 선수들이 오는 행사로 전락했다는 평이다. A급 선수들은 굳이 테스트나 다름없는 트라이아웃 참가를 꺼린다. 현장 외국인 감독들은 “40만달러로도 수준급 선수를 데려올 수 있다”며 트라이아웃이 좋은 선수들을 영입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봤다. 기본적으로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선수 레벨로도 불만이 많은데, 만약 뽑은 선수가 부상이라도 당하면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선수 중에서 다시 뽑아야 하니 전력 약화를 피할 수 없다.

이제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은 V리그를 하향평준화 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경제적인 이유 뿐 아니라 애초에 높아진 외국인 선수 의존에 따른 리그 재미 반감, 리그 불균형 심화, 에이전트의 폭주 견제, 국내 배구 저변 위축 등의 목소리가 커지며 트라이아웃 제도를 도입하기 이르렀지만 기대했던 효과는 전혀 누리지 못하는 상태다.

현재 V리그는 역대급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배구 저변은 점점 약해지고 세대교체를 이끌 선수들도 보이지 않는 등 큰 위기를 지나고 있다. 빅리그인 유럽 외에 미국, 일본에서 몸집을 키워가는 프로배구도 위기감을 키운다. 이제 V리그가 높아진 선수들의 몸값 만큼의 수준급 경기를 보여줘야 하고, 그만큼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외국인 선수 자유 계약은 이제 피할 수 없는 대세 의견이 됐다. ‘프로’라면 더 많이 투자하는 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하다. 더 많은 투자는 한국 배구를 장기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요소다.

트라이아웃 제도의 문제점을 확인한 한국배구연맹(KOVO)도 꾸준히 각 구단과 소통하며 적극적으로 외국인 선수 자유 계약을 설득 중이다. 반대 구단에서 요구하는 선수 계약의 투명성 등에 대한 대책 마련도 고민 중에 있다. 현재로서는 여자부 보다 남자부가 외국인 선수 자유계약 도입에 조금 더 가깝다. 남자부는 아시아쿼터 자유 계약 선도입, 샐러리캡 축소 등도 함께 논의하며 빠르면 2027년 외국인 선수 자유 계약을 목표로 움직이기도 했지만 아직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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